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피하고 수사권 확보 '청신호'…'이찬진 실세론' 탄력

이찬진 금감원장. [사진= 전자신문 DB]
이찬진 금감원장. [사진= 전자신문 DB]

금융감독원이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족쇄'를 피한 데 이어 인지수사권 확보 등 숙원 과제 해결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관가 안팎에서는 주요 현안마다 실리를 챙긴 이찬진 금감원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29일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공운위는 금감원 권한에 부합하는 민주적 통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금융감독 기구 특유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금감원은 2009년 지정 해제 이후 17년 만에 다시 공공기관 관리 체계로 편입될 위기를 넘겼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예산, 인사관리(HR), 조직 운영 등 경영 전반에서 기재부 지침을 따라야 해 통제와 압박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공운위는 지정 유보 조건으로 경영관리 전반에서 '공공기관 수준 이상'의 관리·감독을 주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 공시 확대나 복리후생 규율 강화 등은 이미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현행 체제와 비교해 경영상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감원은 최근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확대 이슈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금감원은 수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인지수사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지만, 금융위원회는 권력 오남용 우려를 들어 신중론을 유지해왔다.

팽팽하던 줄다리기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인지수사권 부여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금감원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아직 최종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주무 부처인 금융위 견제를 뚫고 금감원 의도대로 판세가 정리되는 분위기다.

난제로 꼽히던 현안들이 잇달아 금감원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자 '이찬진 실세론'은 더욱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 원장이 금융위의 미온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중량감을 앞세워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 등 다른 현안에서도 선명성 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위와 업무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이 원장이 향후 행보와 발언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