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전장 유전체 분석으로 희귀 유전질환 46.2% 원인 규명

전장 유전체 분석 진단 결과(전체 환자 가족의 46.2%에서 질환 원인이 규명됐으며(왼쪽), 환자 단독 검사보다 가족 구성원을 포함한 분석에서 진단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전장 유전체 분석 진단 결과(전체 환자 가족의 46.2%에서 질환 원인이 규명됐으며(왼쪽), 환자 단독 검사보다 가족 구성원을 포함한 분석에서 진단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전장 유전체 분석(Genome Sequencing, GS)을 통해 국내 희귀 유전질환 환자 가구의 절반 가까운 사례에서 병인 유전자를 찾아내는 성과를 냈다.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채종희·이승복·김수연 교수 및 쓰리빌리언 서고훈 박사 공동 연구팀은 희귀 유전질환 의심 환자 1452가구(총 3317명)를 대상으로 전장 유전체 분석을 시행해 가구 기준 46.2%(672가구)에서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최대 규모의 희귀 유전질환 환자군을 대상으로 전장 유전체 분석의 임상적 유용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에 활용됐던 엑솜 시퀀싱이나 유전자 패널 검사는 유전체 일부만을 분석하기 때문에, 비암호화 영역이나 구조 변이 등 복잡한 유전 변이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분석 결과 원인이 규명된 672가구 중 14.6%(98가구)는 전장 유전체 분석을 통해서만 진단이 가능했던 사례였다. 이들은 딥인트론 변이, 비암호화 영역 변이, 구조 변이 등 기존 검사가 놓치기 쉬운 변이가 질환의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질환 유형별로는 신경근육질환과 신경 발달 장애 분야에서 특히 높은 진단율을 보였으며, 환자 단독 분석(41.5%)보다 가족 구성원을 포함해 분석한 경우(48.5%) 진단 효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단순한 진단을 넘어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유전적 원인이 밝혀진 환자의 18.5%(124명)는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리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전장 유전체 분석으로만 진단이 가능했던 사례(14.6%)의 변이 유형표.
전장 유전체 분석으로만 진단이 가능했던 사례(14.6%)의 변이 유형표.

지텔만 증후군이나 전신 농포성 건선 환자 등 일부 사례에서는 맞춤형 치료가 직접 적용되기도 했다. 전체 대상자 4.3%에서는 질환 원인 외에도 심근병증, 부정맥, 암 발생 위험 등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병원성 유전자 변이가 추가로 발견되어 선제적 건강 관리의 근거를 마련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희귀 유전질환 환자들이 겪는 오랜 '진단 방랑'을 끝내고, 유전자 표적 치료 등 정밀의료를 실현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채종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장 유전체 분석이 기존 검사로 원인을 찾지 못한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진단 도구임을 대규모 실증 데이터로 증명한 것”이라며 “정확한 진단을 통해 조기 치료와 맞춤형 관리로 이어지는 의료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PJ 제노믹 메디신(NPJ Genomic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