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국가계약법규에 'SW 과업 변경 제도' 보완 시급하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2/02/news-p.v1.20260202.623db3fce7774c84a473ba74b282eacd_P2.jpg)

국가 등 공공기관이 소프트웨어(SW)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수급인인 SW 사업자가 제안서 등 과업내용서대로 수행할 채무를 지는 반면에, 도급인인 발주자는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채무를 지는 형태의 의사표시가 합치돼 성립된 법률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법률행위가 일단 유효하게 성립되고 나면 그 확정된 법률행위 내용 그대로 이행돼야 하며 계약당사자 어느 일방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당해 계약의 구속력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위와 같이 공공계약은 순수 사인 간과 계약과 마찬가지로 확정계약이 원칙이지만, 당초 계약 체결 시 예측하지 못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당해 계약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민법상 '사정변경의 원칙'을 원용해 예외적으로 계약금액을 증액 또는 감액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물가변동, 설계변경 및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 등 3가지로서 국가계약법 제19조에 그 근거를 두고 있으며, SW 사업 등 용역계약의 과업내용 변경은 동법시행령 제65조에서 공사계약의 설계변경을 준용하도록 해 운용되고 있다.
따라서 공공 SW 사업의 과업 분쟁과 관련해 지난해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된 사안도 국가기관이거나 국가계약법을 준용하는 기관이 발주한 경우에는 국가계약법 제19조 및 동법시행령 제65조, 용역계약일반조건 제16조 등 과업변경 관련 규정과 동 법령에 규정된 입찰 및 계약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필자의 의견을 전한다.
우선, 공공기관이 발주한 용역계약의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방식에 있어 '과업내용의 변경'은 제안서, 협상 결과서 등 '과업내용서'가 변경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동 협상 계약은 입찰 시에 제안서와 별도로 가격 입찰서만 제출하기 때문에 총액입찰에 의한 계약 방식이므로, 공사계약의 내역입찰 방식과는 달리 기능점수(FP), 장비 등이 기재된 산출내역서가 과업내용서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기능점수가 과업 변경의 기준으로 구속력이 없다.
기능점수가 과업 변경의 기준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발주자가 입찰 전에 미리 제안요청서에 따라 산정된 개발 규모를 입찰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총액 입찰제하에서 법원이 산출내역서를 과업내용서로 보고 기능점수 증가를 과업 증가 여부로 판단한 것은 국가계약법령상 계약금액 조정제도에 배치된다. 다만, SW 사업 법령에 따라 사업 기간을 산정함에 있어 기능점수가 노출돼 실제 수행한 과업 범위의 기능점수가 입찰자가 노출된 기능점수를 기준으로 증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부분은 특별한 현상으로 현행 입찰제도와 배치되고 있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계약제도가 시급히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본다.

둘째는,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SW 기능의 규모를 측정하는 단위로서 SW 개발비 산정기준으로 작용되는 기능점수(FP)를 과업 범위라고 판단한 것은 착오라고 할 수 있다. 과업의 범위 또는 내용은 제안서 등에 기재돼 있는 업무로서 사업자가 수행해야 할 업무를 의미하고, 측정된 기능점수는 SW 개발비를 산정하기 위한 개발 규모를 의미하기 때문에 기능점수와 과업 범위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셋째, 기능점수를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측면을 고려하여 발주자가 구현된 계약 범위 외 기능이라는 이익을 향유했다고 해서 민법의 관련 규정을 원용해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판결은 국가계약법이 적용되는 공공계약에 있어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고 본다.
국가계약법상 과업 내용의 변경과 관련한 분쟁은 계약기간(장기계속계약의 경우는 각 차수별 계약기간) 이내에 사업자가 과업 내용의 변경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여 증액 조정을 요청했으나, 발주자가 이를 수용하지 아니해 증액 요청한 만큼의 대가가 지급되지 아니해 발생한 사안이다.
따라서 소송으로 진행될 경우에 법원은 우선 증액 조정을 위한 과업 변경의 사유가 타당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쟁점 사항이며 만약 사업자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당해 계약기간 이내에 증액 조정되어 지급됐어야 하는 대가다. 그 당시 지급되지 아니한 미지급 대가를 지급하라고 판결해야 하며, 이는 부당이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총액 입찰제도 하에서는 계약 체결된 과업내용서에 기재된 업무 즉, 기본업무 이외에 발주자가 과업 내용을 추가로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만 과업 내용의 변경으로 계약금액을 증액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국방부 건의 경우에는 육·해·공군이 군별 특성을 반영한 시스템 개발의 요구로 인한 추가업무에 해당하므로 '용역계약일반조건' 제16조 등에 따라 기본업무 이외에 추가업무로 인한 기능점수 증가분 만큼 증액 조정이 타당하다는 판결이어야 한다고 보며 부당이득금 반환 등의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넷째, 중소기업중앙회 건의 경우 확정계약의 원칙에 따라 사업자는 과업내용서에 기재된 기본업무 범위에 있는 한 총액 범위 내에서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당초 제안서와 사업수행계획서상 과업을 수행하는데 산출되는 기능점수와 실제 개발업무 수행시 산출된 기능점수 차이를 사후에 산정해 추가 업무로 보아 증액 조정하라는 판단은 국가계약법규 또는 계약문서 그 어디에도 없다. 이와 같은 판결대로라면 일선 사업 현장마다 모두 과업변경 대상이 되어 증액 조정 요청을 하게 되어 총액 확정계약의 질서가 무너지게 된다.
위의 중소기업중앙회 분쟁 건의 사례는 사업규모에 비해 예산이 부족한 상태 즉, 기능점수가 제대로 산정되고 그에 해당하는 예산 규모로 발주되지 않았음에도, 사업자는 수주 목적으로 소요 비용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저가로 입찰에 참여해 이뤄진 계약 형태에서 손해가 발생하게 되는 문제점이다. 현실적으로 많은 사업 현장이 이와 비슷한 실정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제시한 필자의 의견은 현행 총액 확정계약의 취지를 고려하고 기능점수가 과업변경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전개해 판단한 지난 2019년 대전고등법원 판결(2019나14514)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따라서 과거 대전고법 판결과 전혀 다른 금번 판결은 공공조달사업에 대한 기본 법규인 국가계약법규에 대한 이해 부족과 개발비 산정기준으로 작용하는 기능점수(FP)가 과업 범위에 해당한다는 착오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SW 사업의 특성에 부합하는 과업변경 제도의 미비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위와 같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확정된 국방부 소송 판결이 사업자에게 유리하다는 결론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기능점수라는 산출물을 기준으로 대가를 산정하고, 분석·설계 단계 이후 과업의 범위가 확정되는 SW 사업의 특성과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방식이 원칙이라는 점 등 현행의 입찰 및 계약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속히 합리적인 SW 사업의 과업변경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본다.
양창호 공공산업정책연구원 원장 yych4818@naver.com
〈필자〉국가계약법의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 국가계약법을 직접 다뤘던 전문가로 공공계약제도 전반에 걸쳐 많은 경험과 지식을 보유했다. 한국산업관계연구원장, 미래경제전략연구원장 등을 역임하며 국가계약법 관련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부터 SW 관련 국가계약법 개정을 위한 협단체 활동을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