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BETT 2026 이후]“교사 연수 늘었는데, 학교는 바뀌지 않았다”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영국 엑셀 런던에서 열린 벳쇼 박람회 현장. (사진=이지희 기자)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영국 엑셀 런던에서 열린 벳쇼 박람회 현장. (사진=이지희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교실로 빠르게 스며들면서, 교육 현장의 관심은 '어떤 기술을 쓸 것인가'에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BETT UK 2026(이하 벳쇼)'은 AI 활용법보다 기준과 책임, 판단의 주체를 강조했다. 벳쇼의 교육·행정·정책 전문가들은 기술 시대 교육 리더십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이는 AI 3대 강국을 표방하며 AI 교육에 드라이브를 거는 한국 상황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벳쇼에서 공식 발간한 '교육 분야의 AI 2025: 발전 현황과 교육적 접근, 그리고 현장의 고민(AI in Education 2025: Navigating progress, pedagogy and pain points)' 보고서는 영국 교육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한다. AI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영국에서도 교사 개인의 AI 활용은 늘었지만, 학교 차원의 눈에 띄는 전략은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AI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단일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명확한 원칙과 방향 없이 현장에 선택을 떠넘기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벳쇼를 참관한 장금연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디지털교육본부장은 “올해 벳쇼는 '기술 도입의 속도'에서 '학습과 인간적 관계의 방향 설계'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기술은 교육을 바꾸는 도구이지만, 그것을 윤리적이고 책임 있게 설계·운영할 리더가 교육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AI 교육, 가속 페달보다 리더십 발현이 우선

한국은 이미 한 차례 AI 디지털교과서(AIDT)라는 정책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다시 교육 당국은 '국가 차원의 선도'를 강조했지만, 현장에서는 이것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달라지는지',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 충분한 설득이 부재했다.

벳쇼에서 리더십의 공백을 문제로 지적한 대목은 교사 연수 확대에 방점을 찍어온 한국 교육 정책의 한계를 비춘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AI 선도교사, 디지털 선도학교를 중심으로 교사 대상 연수와 시범학교는 빠르게 늘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등 AI 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2023년 기준 1291개다. 2021년 566개에서 2022년 1095개로 증가해왔다. 교육부는 2026년까지 3년 동안 총 32만명의 교원을 연수하겠다고 밝혔다. AIDT가 교육자료로 격하된 뒤에도 각 시도교육청은 AI 시대 교육 전환을 위한 AI·에듀테크 선도교사단 양성 계획을 잇따라 공개했다.

경기도의 일선 디지털 선도학교 교사는 “교사 개인이 AI 역량을 높인다고 해도 학교 전반의 AI·디지털 교육 수행의 열쇠는 학교의 리더인 학교장이 가지고 있다”며 “학교의 장이 AI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도입 이후 교육에 명확한 지침을 주지 못한다면 결국 교사 개개인의 역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브리짓 필립슨 영국 교육부 장관은 벳쇼에서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며 “교사 연수와 학교 차원의 전략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교육 리더십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에듀플러스][BETT 2026 이후]“교사 연수 늘었는데, 학교는 바뀌지 않았다”
유럽의 리더십 연수 한국과 차이는

한국도 2024년 상반기부터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관리자 연수'라는 명칭으로 원격 연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한국의 리더십 연수는 △학부모 소통과 민원 대응 △인프라 확충 △교실 수업 환경 개선 등 행정적·실무적 주제에 치중돼 있다.

교육부 인공지능교육진흥과 관계자는 “AI 교육과 실행에 있어 관리자 연수가 매우 의미 있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면서 시·도와 소통해 올해도 연수를 추진하려 한다”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목표치는 나와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해외 주요국의 접근은 다르다. 한국이 현장 안착과 실행 관리 등 수치적 목표를 두고 지원한다면 유럽은 '리더십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 34개국 교육부가 협력하는 '유럽 학교망(European Schoolnet, EUN)'은 2026년을 'AI 교육의 해(Year of AI)'로 선포했다. 오는 16일에는 'AI 시대의 교사 학습 평가'를 주제로 연수를 제공한다. 학교장과 장학사, 교사 트레이너 등 학교의 리더급 인사가 대상이다.

유럽 연합(EU)은 에라스무스(Erasmus+)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AI와 디지털 리더십 연수를 제공한다. 영국,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디지털 선진국의 학교 관리자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연수다. 주요 내용은 'AI 기술과 교육 리더십', 'AI 윤리 및 책임', '학교 맞춤형 디지털 전략 수립' 등이다. AI나 디지털 교육을 교사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학교 리더의 윤리적 판단과 책임 영역으로 다룬다.

장 본부장은 “벳쇼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공정성·윤리·접근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리더가 먼저 묻고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학교 차원의 체계적 전략과 리더십 확보가 필수적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