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의 아버지' 김정호 교수, “2038년 HBF 시장이 HBM 넘을 것”

김정호 KAIST 교수가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HBF 기술 개발 방향과 사업화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김정호 KAIST 교수가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HBF 기술 개발 방향과 사업화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HBM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정호 KAIST 교수가 '고대역폭플래시(HBF)' 시대를 예고했다.

낸드 플래시를 수직 적층한 HBF를 인공지능(AI) 발전에 대응할 차세대 메모리로 지목하며, 상용화 10년 후 HBM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호 KAIST 교수는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HBF 기술 개발 성과, 로드맵, 그리고 상품화 전략 발표회'에서 “현재 HBM만으로는 AI 발전 속도에 맞춰 대응하기 어렵다”며 “보다 큰 용량의 새로운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AI는 거대언어모델(LLM)을 넘어 동영상·사진 등 대용량 데이터를 연산하는 멀티모달로 넘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속도뿐만 아니라 용량 관점에서도 AI 연산 병목을 해소할 메모리 필요성이 커졌다.

김 교수는 이같은 차세대 메모리로 HBF를 낙점했다. HBF는 낸드 플래시를 수직으로 쌓아 대역폭과 용량을 키운 메모리다. D램을 쌓아 데이터 전송 속도(대역폭)를 끌어올린 HBM과 유사하다. D램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용량이 큰 낸드 플래시 강점을 활용한 개념이다.

아직 상용화 전 단계로, SK하이닉스가 샌디스크와 협력해 2027년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독자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데이터를 많이 끌어와서 연산해야 하는 AI 디코더 영역에서 HBF의 쓸모가 커질 것”이라며 “AI가 멀티 모달로 진화하면서 이같은 수요도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날 그래픽처리장치(GPU) 옆에 HBF를 배치하는 방식부터 HBM과 HBF를 동시에 탑재하는 방식까지 여러 HBF 적용 구조도 제안했다. 그는 “많은 AI 반도체 기업이 HBF 적용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2038년 정도에는 현재 HBM 시장 규모보다 HBF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HBF 시장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HBM 제조사가 주도권을 쥘 것으로 전망된다. HBF 제조 공정이 실리콘관통전극(TSV) 및 접합(본딩) 등 HBM 공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키옥시아·샌디스크 등 낸드 플래시 강자도 있지만, 이들 기업은 D램을 만들지 않아 공정 역량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HBM에 이어 HBF도 한국 메모리 제조사가 주도권을 잡아야 AI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메모리 중심 AI 시대가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호 교수가 제안한 HBM과 HBF를 동시 적용한 AI 반도체 칩 구조
김정호 교수가 제안한 HBM과 HBF를 동시 적용한 AI 반도체 칩 구조

김 교수는 HBM 기본 구조를 처음 제안한 인물로, 현재 그가 주도하는 KAIST 테라랩에서는 HBF 기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