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서비스 넘나드는 휴머노이드…글로벌 표준 경쟁 점화된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가운데 표준 경쟁도 병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성능 경쟁 못지않게 안전·인증 기준 선점 여부가 시장 주도권을 가르는 변수로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가운데 표준 경쟁도 병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성능 경쟁 못지않게 안전·인증 기준 선점 여부가 시장 주도권을 가르는 변수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국제표준 제정 논의가 본격화됐다. 기술 개발 경쟁과 별개로 안전·인증 기준을 누가 먼저 설계하느냐가 향후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국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국제 표준 개발을 위한 비공개 회의가 진행된다.

회의에는 휴머노이드 국제 안전 기준 마련을 위해 만들어진 워킹그룹의 의장기업인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애질리티로보틱스와 캐롤 프랜클린 A3 로봇 표준 개발 디렉터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회사는 보행형·이동형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선도하는 미국 기업으로, 글로벌 안전 기준 마련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휴머노이드 분야 국제표준 논의가 국내에서 열린 것은 사실상 초기 단계부터 한국이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동안 산업용과 서비스 로봇은 각각 독립된 안전·기술 표준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산업용 로봇은 제조 현장 중심의 안전 규격, 서비스 로봇은 인체 접촉 위험 관리 중심의 규격이 적용된다. 반면 사람과 같은 형태로 공장과 물류, 의료, 생활 공간을 동시에 넘나드는 휴머노이드는 적용 기준이 모호한 '표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국제표준화기구(ISO)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전용 안전 기준과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규격을 새롭게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능동 제어 안정성(active controlled stability)을 가진 산업용 이동 로봇'의 안전 요구사항을 다루는 가이드라인인 'ISO 25785-1'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5월 워킹그룹이 승인되며 공식 개발 단계에 들어갔으며, 현재는 드래프트(초안) 단계의 극초기 개발 단계다. 세부 요구사항과 시험 방법을 정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가운데 표준 경쟁도 병행되고 있다. 성능 경쟁 못지않게 안전·인증 기준 선점 여부가 시장 주도권을 가르는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표준의 핵심을 '안전'으로 보고 있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동하는 특성상 안전 규격이 곧 상용화 가능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충돌과 전도, 접촉 위험을 어떻게 수치화하고 검증하느냐에 따라 제품 출시와 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로봇기업 대표는 “휴머노이드 시대에는 연구개발(R&D)만큼 표준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며 “가능한 모든 관련 분과위원회에 적극 참여해 국내 기술과 시험 방식을 국제 기준에 반영하지 못하면, 향후 해외 인증과 수출 과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기술표준원 등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