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기업결합 심사 건수는 줄었지만 거래 규모는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기업결합 590건을 심사했고 결합금액은 35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전년과 비교하면 건수는 26.1% 감소한 반면 결합금액은 29.7% 늘어난 수치다.
공정위는 거래 건수 감소 배경으로 세계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거래 축소를 들었다. 2024년 8월부터 기업결합 신고 면제 대상이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결합금액 증가에는 외국기업 간 대규모 거래가 작용했다.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간 결합과 글로벌 식품기업 인수 등 초대형 딜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주체별로 보면 국내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416건으로 전체의 70.5%를 차지했다. 다만 금액은 52조4000억원으로 14.6%에 그쳤다.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는 20건 2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건수와 금액이 모두 늘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기업결합은 137건 2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집단별 건수는 SK, 태광, 한화 순이었다.
외국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174건이었다. 건수 비중은 29.5%지만 금액은 305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85.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외국기업 간 결합이 131건 295조원으로 늘며 결합금액 증가를 주도했다.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인수는 43건, 10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이 367건으로 제조업 223건을 앞섰다. 제조업에서는 전기전자, 기계금속, 석유화학의약 순으로 기업결합이 많았다. 서비스업은 금융 도·소매유통 정보통신방송 분야에 결합이 집중됐다.
세부적으로 반도체 설계와 소재·부품·장비, 데이터센터, 기업용 AI 솔루션, 클라우드, 로봇 등 AI 가치사슬 전반에서 기업결합이 이어졌다. 게임, 화장품, 미용서비스 등 K-컬처 관련 시장에서도 국내외 기업 간 결합이 다수 나타났다. 이커머스와 OTT 등 주요 서비스 업종에서는 경쟁력 확보 차원의 결합 움직임이 확인됐다.
심층 심사 건수는 50건으로 전년보다 14건 늘었다. 금액 기준으로도 31조원에서 97조원으로 확대됐다. 공정위는 시놉시스의 앤시스 주식취득, 티빙과 웨이브 간 임원겸임,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합작회사 설립 등 3건에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이 가운데 지마켓-알리익스프레스 합작회사 설립은 데이터 결합으로 인한 쏠림과 고착효과, 진입장벽 확대 가능성을 경쟁제한 우려로 판단해 조치한 첫 기업결합 사례다.
시정조치 사후 관리도 병행했다. 공정위는 필요하면 이행감독기구를 구성해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불이행에는 이행강제금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항공 분야 기업결합 시정조치 불이행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사례도 함께 공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해도 시장의 혁신과 경쟁 생태계가 촉진될 수 있도록 신속하면서도 면밀한 기업결합 심사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라며 “신산업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핵심 인력 흡수 등 새로운 유형의 기업결합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정비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