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 현장 안착 속도낸다…제도·조달·표준 손질

정부, AI 현장 안착 속도낸다…제도·조달·표준 손질

정부가 재정·조달·인증 제도를 연계한 범부처 전략을 통해 AI 기반 산업 전환을 본격화 한다.

재정경제부는 4일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 TF를 열고 농업·제조·공공조달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종합 방안을 논의했다. 공공이 선도 수요자가 되어 민간 혁신을 촉진하는 'AI 대전환(AX)'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AI 기술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조달·표준 전반의 동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농업 AX 플랫폼…SPC 심사 기준·선정 절차 마련

먼저 AI·로봇 기술을 농업 전반에 접목하는 '국가 농업 AX 플랫폼'이 민간 주도로 추진된다. 하드웨어 보급 중심 스마트농업을 넘어 영농 의사결정까지 AI가 지원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국가 농업AX플랫폼은 이상기후와 노동력 부족, 농가 고령화가 겹친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 기존 스마트농업은 시설·장비 자동화에 머물러 실제 환경제어와 처방을 농가 판단에 맡겨왔고, 이 구조가 고령농과 초보농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AI 전환 없이는 생산성 개선에도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AX플랫폼의 핵심은 두 축이다. AI·데이터 기반 영농솔루션 플랫폼을 통해 생육관리, 병해충 진단, 작황 예측 등 초정밀 서비스를 일반 농가까지 확산하고, 3세대 이상 지능형 스마트온실·축사를 K-AI 스마트팜 표준 모델로 정립한다. 사업은 민관 합작 SPC 방식으로 추진되며, 총 사업비는 2900억원 이상이다. 민간이 51% 이상 지분을 확보해 구축·운영과 사업화를 주도한다.

공공의 역할은 제도·재정 지원에 집중된다.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지정과 인허가 특례, 정책금융 연계를 통해 초기 사업 여건을 마련한다. 이번 달 SPC 공모를 시작으로 4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상반기 선도지구 지정과 연내 법인 설립이 예정돼 있다. 검증된 AI 농업 모델을 현장에 확산하고 수출 산업화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 AI 제품 공공조달 진입 확대…지원 방안·제도 개선

연간 225조원 규모의 공공조달 시장을 활용해 AI 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전략도 본격 추진한다. 공공이 AI 제품과 서비스의 선도 수요자가 되어 초기 시장을 형성하고 혁신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망 AI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 발굴한다. 범부처 사업과 연계해 AI 혁신제품을 지정하고 공공 현안 해결에 활용 가능한 AI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도입한다. 생성형 AI 업무지원 서비스와 AI 기반 로봇 등 서비스형 AI 제품도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해 공급해 공공 활용 범위를 넓힌다.

AI 기업의 공공조달 시장 진입 문턱도 낮춘다. AI 적용 제품의 나라장터 쇼핑몰 등록 요건을 완화해 납품 실적이 없는 상용 소프트웨어도 계약이 가능토록 한다. 다수공급자계약(MAS) 절차를 간소화해 계약 체결 기간을 기존 2개월에서 1개월 이내로 단축한다. AI 제품에 대해서는 입찰과 계약 과정에서 우대 조건을 적용해 신속한 시장 진입을 지원한다.

입찰·심사 과정에서도 AI 제품에 대한 차별화된 평가 체계를 도입한다. 혁신제품 지정 과정에는 AI 전용 평가 트랙을 신설하고 우수제품 심사에는 AI 기술 분야를 별도로 두어 기술성과 품질을 단계적으로 평가한다. 정보화 사업의 경우 AI 전문성을 갖춘 평가위원이 심사에 참여하도록 전문평가제를 확대한다.

공공조달을 통한 판로 지원에도 힘을 싣는다. AI 혁신제품을 중심으로 시범구매를 확대하고 공공 수요와 기업을 연결하는 전담 지원 체계를 통해 구매 실적을 늘린다. 해외 조달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도 강화해 AI 기업의 수출 기반을 함께 마련한다.

아울러 조달 행정 전반에 AI를 도입한다. 제안서 분석과 평가 자료 제공, 가격 관리, 사업 관리 등 복잡한 조달 업무에 AI를 적용해 행정 효율성을 높인다. 이를 통해 AI 기업에 공공 분야 실증 기회도 제공한다.

◇ 65년 만에 바뀐 KS인증…'공장 없는 기업'도 취득

국내 제품 품질을 대표해 온 KS 인증 제도 또한 65년 만에 개편됐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취득 대상을 공장을 보유한 제조자에서 설계·개발 기업까지 확대한다.

그동안 KS 인증은 한국산업표준(KS)에 따른 품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공장 단위로 심사해 왔다. 설계와 개발을 담당하고 생산은 외주(OEM)에 맡기는 기업은 인증을 받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번 개편을 통해 반려로봇과 첨단 전자·기계 제품 등 신산업 분야 기업의 상용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풍력 발전 산업을 고려한 맞춤형 인증 제도도 도입된다. 국제 인증체계인 IECRE RNA 인증을 도입해 타워나 하단부 등 일부 변경 시 재검증 부담을 줄인다. 풍력 설비의 기술 개선과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다.

기업 부담 완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KS 인증 기업이 받아야 하는 갱신 심사와 의무 교육 주기를 기존 3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 행정·비용 부담을 낮춘다. 대신 인증 신뢰성은 강화한다. KS 인증 도용이나 기준 미달 제품 제조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조사와 인증 취소 조치를 적용하고 고의 조작이 확인될 경우 인증을 즉시 취소한다.

구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AI 혁명의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와 사회 구석구석까지 AI와 기술혁신이 뿌리내리도록 시스템을 새롭게 바꿔 나가겠다”며 “공공조달을 통해 AI 제품에 대한 초기 시장을 형성하고, 민간 혁신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