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희토류 공급망 안정을 위해 전주기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수급 구조를 완화하는 것이 목표다. 기업과 함께 해외자원개발부터 정·제련, 제품 생산, 재자원화까지 전 단계에 걸쳐 공급망 확보에 나선다.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광물 무역블록 출범과 맞물리며 한국의 공급망 전략도 본격적인 다자 협력 국면에 들어설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5일 대구·경북 방문 계기에 주요 희토류 기업 및 지원기관과 간담회를 갖고 이런 내용을 담은 '희토류 공급망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출범한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의 1호 정책이다. 민간이 해외 희토류 광산·정제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정부가 금융·보증 등으로 리스크를 분담해 뒷받침하는 게 골자다.
우선 단기 수급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희토류 17종 전부를 '핵심광물'로 지정해 관리체계를 강화한다. HS코드(수출입 통계 체계)를 세분화해 원소별·제품별 수급 흐름을 정밀하게 추적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조기경보시스템을 고도화해 공급망 이상 징후를 상시 감시한다. 수급 차질이 발생하면, 공공 비축물량 방출, 제3국 수입 대체 지원 등으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확보처 다각화'가 핵심이다. 프로젝트 중심 해외자원개발 모델을 통해 기업의 투자 리스크를 공공이 분담하는 구조를 구축한다. 해외자원개발 융자 예산을 확대하고, 성공불 융자 비율 상향, 정책금융 조건 완화 등을 통해 기업 진입 장벽을 낮춘다. 말 그대로 '망해도 빚 전부를 떠안지 않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또 미국, 일본, 호주 등 우방국과의 자원외교를 강화하고, 베트남·라오스 등 희토류 보유국과 협력 채널을 확대해 공급망을 다변화한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핵심광물 무역블록 출범과도 맞물린다. 미국은 4일(현지시간) 중국의 희토류 독점에 대응하기 위한 '포지(Forge) 이니셔티브' 결성을 공식화하고 한국 등 동맹국의 참여를 요청했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핵심광물 시장은 공급망이 취약하고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며 “기준가격 설정과 조정 가능한 관세를 통해 가격 하한선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핵심광물이 지정학적 도구로 악용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한국의 참여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국내 생산도 병행한다. 정·제련 및 영구자석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생산 보조를 확대하고, 국내 생산 제품에 대한 공공 비축 우선 구매, 구매자금 금융지원을 추진한다. 재자원화 분야에 대해서는 규제 합리화와 실증사업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 폐가전·폐전기전자제품에 포함된 희토자석을 회수·재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해 '도시광산'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기술 자립 부문에서도 탐사·채굴부터 분리·정제, 재활용까지 전 주기를 포괄하는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수립한다. 특히 중희토류 분리·정제 기술을 핵심 전략기술로 지정해 집중 투자한다. 희토류 대체(Replace)·저감(Reduce)·재활용(Recycle) 등 이른바 '3R 전략'도 병행, 희토류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방향도 모색한다.
김 장관은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우리 주력 산업은 대부분 수입 자원에 의존하는 구조”라며 “희토류 공급망 안정은 산업 경쟁력의 토대이자 경제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관이 역할을 분담해 전주기 공급망을 구축하고, 대외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산업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