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스포츠웨어 대표기업 나이키가 다양성 증진 경영으로 백인 노동자를 역차별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고용 평등 기획위원회(EEOC)는 나이키의 백인 직원 및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관련 고의적 인종 차별에 대한 조직적인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DEI는 조직 내 구성원의 서로 다른 개별적 특성을 존중하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가치 체계다. 미국 내에서 1960년대 민권 운동과 고용 평등법의 영향을 받아 시작된 개념으로, 단순한 윤리적 책무를 넘어 대다수 기업의 핵심 경영 전략으로 변모했다.
이번 위원회 결정은 DEI 경영이 백인에 대한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언급한 첫 번째 사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DEI 경영에 대한 백인의 반발을 흡수해 지지율을 끌어올렸는데, 이번 조치를 통해 EEOC는 트럼프 행정부식 DEI 정책 해석에 앞장서게 됐다.
이번 조치를 이끈 EEOC의 안드레아 루카스 위원장은 지난 2024년 위원 재직 당시부터 나이키를 상대로 차별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에는 EEOC에서 민주당이 다수였지만 현재는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나이키에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나이키는 인종차별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받은 기업이다. 지난 2020년 미국에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구호로 시작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동참해 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한쪽 무릎을 꿇은 콜린 캐퍼닉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를 광고에 기용했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이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엇갈린 의견을 내왔다. 마크 퍼커 나이키 회장은 최고경영자였던 지난 2017년, 내부 메모를 통해 이슬람 국가 출신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을 비판하며 “나이키는 모든 사람이 다양성의 힘을 찬양하는 세상을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다양성 문제는 나이키의 핵심 경영 목표다. 지난 2021년에는 다양한 인력 구성을 위해 5개년 계획을 발표해 여성 리더십 확대와 미국 내 직원 중 소수 인종 비율을 35%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최근 발표된 2023 회계연도 보고서에서는 미국 내 소수자 대상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 투자를 두 배로 늘렸다고 밝혔으며, 다양한 공급업체를 유치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나이키는 “이번 사태 악화는 당황스럽고 이례적”이라며 “우리는 인사 관행, 프로그램 및 결정에 대한 EEOC 조사에 성실하게 참여해 왔으며 기관에 정보를 제공하고 건설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고 반발했다.
나이키 측 변호인단은 소환장에 대해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과도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