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강관리 거점인 보건소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에 힘입어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결합해 만성질환 관리 사업 질을 높이고,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되면서다. 전체 보건소 역량을 끌어올릴 성과 학산과 기기 지원방안 마련이 숙제로 꼽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보건소는 최근 루닛의 흉부 엑스레이 진단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를 도입했다. 루닛 인사이트 CXR는 AI가 엑스레이 영상을 수초 안에 분석해 폐 결절, 경화, 기흉 등 질환 의심 부위와 정도를 자동 표기한다. 제품은 각종 연구에서 90% 후반대의 검출 정확도와 신속성을 입증했다.
최정수 강동구보건소장은 “보건소에서는 매일 약 300건의 엑스레이 영상을 판독하는 데, 인력 숙련도 격차와 피로도 누적에 따른 우려가 존재했다”면서 “의료 AI 적용으로 영상 판독 정확도를 높일 수 있어 다른 지방자치단체 보건소에서도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강동구보건소는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카카오헬스케어의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 '파스타'를 연계한 혈당 관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보건소를 찾지 않더라도, 참여자가 혈당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강동구보건소는 지자체 건강관리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중앙정부 역시 지역 보건소의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올해 'ICT 기반 보건소 만성질환관리 서비스 사업' 규모를 20% 확대했다. 의료 취약지 보건소 30여곳 관할 고혈압·당뇨병 진단 주민에게 혈압계·혈당계를 지급하고, 모바일 앱으로 24주간 건강생활 습관을 관리한다. 사업은 보건소 방문 횟수 최소화, 의원 검진기록 연계 등으로 인구감소지역 주민의 이용 편의를 도모했다.
사업 효과는 뚜렷했다. 지난해 ICT 기반 만성질환관리 사업에 참여한 909명 중 92.8%인 844명이 최종 설문까지 완료했다. 사업 참여자의 62.5%는 건강행태가 1개 이상 개선됐고, 66.5%는 건강위험요인이 1개 이상 감소했다. 혈압과 당화혈색소 수치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서비스 평가를 실시한 계명대 산학협력단은 “이번 실증으로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에 ICT를 활용하는 사업의 확장 가능성과 향후 보건소가 지역사회에서 민간 의료기관과 함께 공공형 건강관리 서비스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ICT 기반 만성질환 관리 사업 전담 인력 확보와 디지털 격차 해소는 과제로 남았다. 지난해 사업에 참여한 보건소는 31개소로, 국내 전체 보건소 숫자가 250여곳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연구에서는 고령층 입장에선 모바일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점과 잦은 끊김, 만성질환자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 연계 부족 등이 개선 방안으로 제시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농어촌,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ICT 기술을 활용한 건강관리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 “활용 우수 보건소 사례를 참고해 성과 확산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