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보유한 의약품 유통관리 정보를 민간에 개방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향상하겠다는 취지지만 벤처·스타트업계는 논란이 됐던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상 소유 금지를 강행하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약국 뺑뺑이'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한 민간 기업의 혁신이 정부와 정치권 개입으로 또 다시 가로막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관리하는 의약품 수급·재고 정보를 비대면진료 지원 등에 제공할 수 있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상 보유 금지 방침을 정한 보건복지부가 대안으로 내세운 심평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개방의 법적 근거를 뒷받침한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는 법안이 현재 본회의 계류 중인 일명 '닥터나우 방지법'과 연계 추진된다는 점에서 우려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민간 기업의 의지를 공공이 보유한 정보를 개방하면 된다는 논리로 꺾기 때문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약국의 의약품 재고 보유 여부를 안내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3년 6월 비대면진료 시범 사업에서 약 배송이 제한되자, 처방 의약품 재고가 없어 환자가 약국을 전전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일부 플랫폼은 자회사로 둔 도매상에서 의약품을 구매한 약국에 대해 '재고 확실'로 정보를 표기했다. 약사계에서 플랫폼이 도매상 지위를 활용해 이해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닥터나우 방지법이 발의됐다.

도매상 허가를 내준 복지부는 당초 플랫폼의 도매상 보유 원천 금지는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국회에 의견을 제출했다. 1년이 지나 사전 규제로 방침을 바꿨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국회 스타트업 연구 단체 '유니콘팜' 등이 사후제재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시했지만, 복지부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만 앞뒀다.
복지부는 대신 의약품 사용량 실적 등 정보를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개방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정부는 공적 마스크 재고 정보를 한시적으로 열었지만, 정보가 부정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시간 정보 반영 지연과 현장 데이터 입력 오류, 시스템 과부하를 겪은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심평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는 약국이 환자 조제 이력을 확인해 동일 성분 중복 등 부작용 우려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 재고 파악 목적이 아니어서 약국을 전전하는 문제의 완벽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사전 규제 방식을 내세우면서 벤처·스타트업은 이미 위축되고 있다. 닥터나우는 최근 약국의 도매상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조제 가능성' 표기로 이용자에게 안내하기로 했다. 도매상 지위를 활용한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다만 '재고 확실' '조제 가능성 높음' '조제 이력 있음' 세 개의 정보 값에서 두 개로 줄어들며 정확도는 다소 낮아졌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진료가 5년 넘게 시범사업에 머무르면서 다수 스타트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선제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 기업은 사업을 정리하게 만들고, 정부가 뒤늦게 데이터 개방을 꺼내는 환경에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