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이화여대 공동연구팀, 이식 장기에 달라붙어 면역 거부 막는 스프레이형 코팅제 개발

장기 이식의 가장 큰 난제였던 '면역 거부 반응'을 전신 부작용 없이 억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포스텍(POSTECH)은 차형준 화학공학과 교수팀이 주계일 이화여대 교수팀과 함께 홍합에서 유래한 접착 소재를 활용해 이식된 장기 표면에 면역억제제를 직접 뿌리는 '면역 방패(Immune-Shield)'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장기 이식은 사고나 질병으로 손상된 장기를 되살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식이 가능한 장기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이에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 장기 이식'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동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식받은 경우 사람의 면역 체계가 이식된 장기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는 면역 거부 반응이 큰 문제였다.

차형준 포스텍 교수(왼쪽)와 주계일 이화여대 교수
차형준 포스텍 교수(왼쪽)와 주계일 이화여대 교수

이를 막기 위해 환자는 면역억제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경구 투여나 주사 방식은 약물이 온몸으로 퍼지는 전신 투여 방식이어서 신장 독성, 감염 위험 증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장기를 살리기 위한 약물이 오히려 환자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역설적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약물을 '온몸'이 아니라 '이식 장기'에만 전달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홍합이 물속에서도 강하게 붙는 원리를 활용해, 면역억제제를 담은 미세한 하이드로젤 입자를 장기 표면에 직접 붙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접착성 마이크로젤(microgel)을 이용해 생체 조직의 표면을 코팅하는 방식이며, 연구팀은 이를 '면역 방패'라고 명명했다.

'면역 방패'는 스프레이처럼 뿌리는 방식이다. 수분이 많은 장기의 표면에서도 안정적으로 코팅되며, 마이크로젤은 장기 표면에 머무르면서 면역억제제를 천천히 방출한다. 장기 표면에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씌워 약물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는 대신 이식 부위에만 전달되는 구조다.

면역방패(Immune-Shield) 시스템 이미지. 성공적인 이종 이식을 위한 면역억제 치료용 스프레이 기반 접착성 마이크로젤 생체조직 표면 코팅 전달 시스템.
면역방패(Immune-Shield) 시스템 이미지. 성공적인 이종 이식을 위한 면역억제 치료용 스프레이 기반 접착성 마이크로젤 생체조직 표면 코팅 전달 시스템.

이종 장기 이식 실험 결과, '면역 방패'를 적용했을 때 면역 세포의 침투와 염증 반응이 크게 줄었고, 이식된 조직의 생존 기간이 현저히 늘어났다. 기존 약물 전달 방식보다 2배 이상의 높은 면역 억제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차형준 교수는 ”우리나라 원천소재인 홍합 유래 접착단백질로 면역 억제의 오랜 난제를 해결할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라며 ”스프레이 방식 특성상 복잡한 형태의 장기 표면에도 손쉽게 적용할 수 있어 향후 이종 장기 이식 분야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포스코홀딩스 창의혁신과제,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약리학·약물 전달 분야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즈(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에 최근 게재됐다. 포스텍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이상민·우현택 씨가 공동제1저자이며 최근호 박사가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