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BTC) 오지급 사고를 둘러싸고 '거래소가 보유하지 않은 코인을 가상으로 먼저 지급한 것 아니냐'는 이른바 '가짜 코인' 논란이 확산됐지만, 실제로는 거래소 내부 전산 장부 오류와 지급 단계 통제 미비가 겹치며 발생한 사고로 파악됐다. 블록체인 상에 존재하지 않는 비트코인을 새로 발행하거나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는 게 거래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9일 빗썸 관계자는 “이벤트 리워드 지급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내부 장부상 총 62만BTC가 일시적으로 반영됐지만, 이 가운데 99.7%는 즉시 삭제·회수됐다”며 “이미 매도된 1788BTC에 대해서는 회수한 매도 대금으로 상당 부분을 다시 매입했고, 부족한 약 125BTC는 회사 보유자산을 투입해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고객 예치 자산과 거래소 보유 자산은 수량 기준으로 100% 동일하게 맞춰진 상태”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매매는 대부분 블록체인(온체인)이 아닌 내부 전산 장부(오프체인)에서 처리된다. 매수·매도 주문이 체결될 때마다 실제 비트코인이 즉시 블록체인 지갑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 장부상 숫자만 바뀌는 방식이다. 실제 가상자산의 블록체인 이동은 출금이 발생하거나 거래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이뤄진다.
업비트 역시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거래소 내 매매는 내부 장부에서 처리되며, 블록체인 네트워크와는 분리돼 운영된다”며 “장부 거래 방식에서는 정확성과 정합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업비트는 “금융기관은 통상 일정 주기로 전산상 장부와 실제 보유 자산이 일치하는지를 점검하는 대사(정산)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번 빗썸 사고 역시 이 장부 단계에서 발생했다. 이벤트 리워드 지급 과정에서 '2000원'이 '2000BTC'로 잘못 입력되면서 일부 계정의 내부 장부 잔고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 이 시점까지는 실제 비트코인이 새로 생성되거나 블록체인으로 이동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사태가 커진 이유는 일부 이용자가 장부에 표시된 비트코인을 실제로 매도했기 때문이다. 장부상 잔고를 기반으로 매도 주문이 체결되면, 상대방은 정상적인 거래로 비트코인을 매수하게 되고, 이 순간부터 거래소는 그 수량만큼의 실제 비트코인을 보유해야 한다. 빗썸은 장부 오류로 발생한 매도 물량에 대해 회수 가능한 대금은 재매입에 활용하고, 부족분은 회사 자산을 투입해 장부와 실물 간 불일치를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매도 대금은 원화로 전환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거래소와 이용자 간 거래의 당사자가 아니며, 명확한 범죄 혐의나 법적 근거 없이 계좌 지급을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지급 자산 매도에 따른 반환 여부는 향후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 절차로 다룰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단순 전산 사고가 아닌 거래소 운영 리스크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빗썸 사태 점검회의에서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용자에게 자산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장부와 실제 보유 자산 간 검증, 다중 확인 절차, 인적 오류 제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거래소 전반의 내부통제 체계를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현장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