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되살리기' 매달 15만원 기본소득 10개 군서 실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대회의실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대회의실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농어촌 주민에게 매달 1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이 이달 말 시작된다.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사람이 떠난 농촌의 생활 구조를 되살리겠다는 정책적 시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시행지침'을 11일 확정하고 지방정부에 통보한다고 10일 밝혔다. 각 지자체는 신청자 자격을 확인한 뒤 이달 말부터 기본소득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번 시범사업은 인구 소멸 위험이 큰 농어촌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대상은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충남 청양, 전북 순창·장수, 전남 곡성·신안,ㅇㅇ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8개 도 10개 군이다. 해당 지역 주민은 내년까지 2년간 매월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는다.

정부는 이 정책을 '소득 보전'보다 '지역 체류 기반'에 초점을 맞춰 설계했다. 지급 수단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한정하고 사용 지역을 거주 읍·면 중심으로 묶었다. 주민 소비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안에서 순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농촌 현실을 고려해 예외도 뒀다. 면 지역처럼 상권이 부족한 곳은 지자체 판단으로 여러 개 면이나 읍·면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도록 했다. 면 지역 주민의 사용 기한은 6개월로 늘렸고 읍 지역 주민은 3개월로 설정했다. 생활 여건 차이를 반영한 조치다.

소비 쏠림을 막기 위한 제한도 촘촘히 들어갔다. 주유소, 편의점, 하나로마트는 합산 5만 원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반면 병원, 약국, 학원, 안경원, 영화관 등 읍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필수 업종은 생활권 유형에 따라 사용을 허용했다. 기본소득이 특정 업종에 집중되거나 현금성 소비로 전환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지급 대상은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 거주하는 주민이다. 타 지역 직장인이나 대학생처럼 거주 여부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주 3일 이상 해당 지역에 머무는지를 기준으로 실거주를 인정한다. 직장인의 경우 통근이 확인되면 지급 대상에 포함되고, 타 지역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은 방학 기간 중 주 3일 이상 거주한 기간에 한해 지급받을 수 있다.

시범사업 대상 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전입한 주민에 대해서도 기준을 마련했다. 신청 이후 90일 이상 실거주가 확인되면 최대 3개월분을 소급해 지급한다. 단기 전입을 통한 편법 수급을 막으면서도 실제 정착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행정 부담과 형평성 논란을 줄이기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읍·면위원회와 마을 조사단을 구성해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고 부정수급 신고센터를 운영해 사후 관리를 병행한다. 정부는 주민 간 갈등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현장 확인 과정에서 마을 단위 합의와 판단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책 효과 검증은 별도로 진행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농촌 기본사회연구단을 구성해 소득 안정 효과, 지역경제 활성화, 공동체 회복 등 정책 성과를 정량·정성적으로 평가한다. 정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향후 본사업 전환 여부와 제도 설계를 검토할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사람이 머물 수 있는 농촌을 만들기 위한 정책 실험”이라며 “소멸 위기 지역이 다시 활력을 찾고, 생활 기반이 회복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