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고비·마운자로 등으로 대표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반 비만 치료제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현재 평균 15% 안팎인 체중 감소 효과를 넘어, 20% 이상 감량 효과를 내는 차세대 약제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 연구팀(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 손장원 교수, 독일 보훔대학 마이클 넉 박사)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형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의 방향성' 리뷰 논문을 국제 학술지 '엔도크린 리뷰(Endocrine Reviews)'에 발표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비만 치료제의 핵심 트렌드가 단일 'GLP-1 조절'에서 다양한 호르몬을 동시에 겨냥하는 '복합 조절'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치료제들이 식욕 호르몬인 인크레틴을 조절하는 방식이었다면, 차세대 신약은 GIP, 글루카곤, 아밀린, PYY 등 다른 경로까지 함께 공략해 음식 섭취는 줄이고 에너지 소비는 늘리는 효과에 집중한다.
논문 1저자 손장원 교수는 “기존 GLP-1 계열이 대략 15% 안팎의 체중 감소로 비만 치료의 기준선을 끌어올렸다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적용한 차세대 약물은 20%를 넘는 체중 감소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복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제형 변화도 주목된다.
기존 주사제 형태였던 GLP-1 기반 치료제를 경구용(먹는 약)으로 전환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연구팀은 차세대 경구 약제들이 위산과 소화효소에 대해 비교적 안정적이며, 별도 흡수 보조제 없이도 투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연구팀은 약효가 강해질수록 부작용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GLP-1 계열 치료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전체 체중 감량분의 20~30%가 지방이 아닌 근육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차세대 비만약 개발 과정에서는 장기 치료 시 근감소증 위험을 줄이는 전략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GLP-1 계열의 흔한 부작용인 오심, 구토, 설사 등 위장관 장애를 줄이기 위해 낮은 용량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용량을 늘리는 증량 전략이 권장된다.

한편, 이번 논문에서는 비만 치료제가 체중 감소뿐만 아니라 심장과 콩팥(신장)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점이 재확인됐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만성콩팥병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 연구에서 투석 등 주요 신장 사건 위험을 24% 낮추고 전체 사망률을 20% 줄인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논문 책임저자 임수 교수는 “에너지의 섭취와 흡수, 소비를 복합·통합적으로 조절하는 차세대 비만약의 등장이 머지않았다”며 “새로운 약이 등장해 체중 감소 효과가 높아질수록 부작용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