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이 5년만에 다시 8조원을 넘어섰다. 5G 보급률이 80%를 웃도는 성숙기임에도 해킹 사태와 단통법 폐지 등이 맞물리며 가입자 쟁탈전이 재점화된 결과다. 다만, 이동통신 3사는 올해 인공지능(AI) 경쟁을 가속화하는 만큼, 무리한 마케팅경쟁보다는 재원 확보를 위한 비용 안정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18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지난해 합산 마케팅비는 총 8조493억원으로 전년대비 5.7% 증가했다.
이통 3사의 마케팅비가 8조원을 넘어선 것은 5G 상용화 초기인 2021년(8조705억원) 이후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유심 해킹사태로 발생한 번호이동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공시지원금과 판매장려금을 대폭 확대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휴대폰 번호이동 건수도 25% 늘며 2014년 이후 11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통신 업계는 이번 마케팅비 반등이 구조적 상승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6G 투자를 앞두고 있는데다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가 시급한 시점에 재원 누수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KT는 지난해 2024년에 비해 13.7% 늘어난 2조8350억원을 마케팅비용(판매비)으로 썼다. 덕분에 무선 매출은 3.3% 늘었다. 다만 이는 지난해 발생한 보안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일회성 요인이 컸다. 장민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는 판매비 절감과 유통망 혁신 등을 통해 수익성을 지켜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마케팅비로 전년 대비 4.8% 증가한 2조3143억원을 집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본질적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의 지난해 마케팅 비용은 2조9000억원으로,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9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유심해킹 사태에 따른 영업정지로 인한 마케팅 활동 제한과 이에 따라 가입자 방어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역시 AI를 도입해 생산성을 혁신하고 비용 대비 효익을 철저히 따지겠다는 방침이다.
이통 3사는 올해 지난해와 같은 마케팅비 투입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5G 서비스가 완전한 성숙기에 진입한 것도 과열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다. 현재 이통사의 5G 보급률은 SK텔레콤 80.0%, KT 81.8%, LG유플러스 83.1% 등 모두 80%를 넘어섰다. 통신시장 점유율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원금을 상향해 가입자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
소모적 보조금 경쟁으로 재원이 누수될 경우 통신사의 장기적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의 고객지원금은 회계상 자산으로 인식돼 2년여에 걸쳐 상각되므로, 지난해의 지출이 향후 2년여간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올해는 AI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다시금 비용 통제 모드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