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26'을 앞두고 관가와 통신업계의 시선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배 부총리의 MWC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외교 일정이 변수로 거론되지만 무리해서라도 바르셀로나에 가야 한다.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과학기술 수장이 양대 글로벌 이벤트를 모두 놓칠 수는 없다. 배 부총리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도 불참했다. 대통령 중국 순방 수행이라는 사유가 있었지만 세계 기술 트렌드의 한 축을 현장에서 확인할 기회를 놓쳤다.
올해 MWC에는 장관급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세계 주요 정책 입안자와 통신사·빅테크 최고경영진이 모여 네트워크 산업을 강타한 AI 광풍을 놓고 격론을 펼치는 자리다.
AI 시대일수록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커진다. 정부는 국가 역량을 AI에 쏟아붓고 있지만, 이를 실어 나르는 통신망 없이는 'AI 강국'도 공염불이다. MWC는 AI와 통신의 결합, 6G 진화 등 통신 생태계의 대전환을 목격할 기회다. 중국 기업이 얼마나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지, 빅테크가 통신사와 어떻게 합종연횡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소외된 통신업계에 대한 격려도 필요하다. 최근 정부 정책이 AI와 반도체에 집중되면서 통신 분야는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박탈감이 업계에 퍼지고 있다. 주무부처 장관이 현장을 찾아 기업의 기를 살려주고, 해외 진출을 위한 러닝메이트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MWC에는 100개가 넘는 국내 기업이 참가한다. 그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보고서에 담기지 않는 현장의 공기를 느끼고 오는 것만으로도 정책의 디테일은 달라진다. 2023년, 2024년에도 장관이 갑작스럽게 불참하며 한국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통신강국 입장에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