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상품 수출은 3조8000억달러로 세계 수출의 15%를 차지했다. 2001년 WTO 가입 당시 점유율이 4.3%였음을 감안하면, 불과 약 24년 만에 세계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4배 가까이 확대된 셈이다. 무역수지 흑자의 궤적은 더 극적이다. WTO 가입 당시 231억달러였던 흑자 폭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2000억달러에 달하며 52배 확대됐다. 이는 세계 GDP의 1%를 넘어서는 규모로 특정 국가의 흑자가 세계 교역 질서에 이처럼 큰 압력으로 작용하는 사례는 현대 경제사에서도 매우 드물다.
이러한 수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중국의 성장이 과거와 달리 세계 경제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과거 중국이 1% 성장할 때 세계 생산을 0.2% 견인하던 상생 국면은 변화를 맞이했다. 이제는 중국의 압도적인 제조 역량이 글로벌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타국 기업들의 수익성에 부담을 주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교역의 상호이익보다 자국의 공급과잉 해소가 우선될수록, 국제교역 질서 전반의 긴장은 구조적으로 커진다.

중국의 무역흑자 확대는 고도화된 제조 인프라와 자국내 수요 부진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부동산 시장 위축과 소비 저하로 내수에서 소화되지 못한 막대한 물량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공세는 자국의 저물가를 전 세계로 이전시키는 '디플레이션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EU집행위원회 등 국제사회는 중국 정부의 광범위한 보조금 정책이 시장경쟁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특정 국가의 공급이 급증하는 구조적 모순은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 새로운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통상 압박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다. 고율 관세로 중국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 20% 감소했지만, 중국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EU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여 이를 상쇄했다. 미국의 관세가 중국에 대한 문을 닫자, 중국은 다른 시장의 문을 동시에 열어젖히며 글로벌 공급망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이는 기존의 전통 제조 강국들에게 실존적인 과제를 던지고 있다. 드라기 보고서(유럽 경쟁력 보고서)는 중국의 강력한 공급 능력이 유럽 제조업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10%를 돌파했으며, 유럽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7대 중 1대는 중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 결과 폭스바겐, BMW 등 유럽의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용 축소 압박에 직면해 있다. 또 범용 반도체와 가전,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일본 역시 동남아시아라는 전통적 텃밭에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아세안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의 점유율은 과거 70% 후반에서 최근 60% 초반으로 하락한 반면, 중국 기업들은 전기차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일본이 수십 년간 구축해 온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경제안보와 공급망을 무역정책의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도 이러한 시장 구조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복합적이다. 과거 우리는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며 동반 성장해 왔으나, 이제 중국은 자급자족을 넘어 우리와 직접 경쟁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에서 중국발 공급 과잉은 국내 가동률과 수익성에 구조적 한계를 안겨주었다. 대중국 무역수지가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이제 중국과의 관계가 '상호 보완'을 넘어 '전략적 경쟁과 공존'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시장 다변화 같은 포괄적 구호만으로는 이 국면을 돌파하기 어렵다. 본질은 중국의 추격 속도가 아니라 과잉 생산이 만드는 구조적 압력에 있다. 이제는 중국이 단기간에 대체할 수 없는 우리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전략적 전환'이 요구된다. 거대한 제조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핵심 설계와 기술 표준을 장악하지 못하면 경쟁 우위가 지속할 수 없다. 결국 경쟁 조건 자체를 바꾸는 '비대칭적 상호의존'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대칭성이란 중국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경쟁하여 판을 바꾸는 것이다. 중국이 규모와 속도로 시장을 넓힐 때, 한국은 품질 신뢰와 맞춤형 설계, 장기 거래 관계로 승부해야 한다. 이러한 경쟁력은 설계·공정의 일관성과 신뢰 축적이 하나의 구조로 작동할 때 형성된다.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우리 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무역의 흐름도 상품 중심에서 서비스·데이터가 결합된 형태로 이동하고 있다. 단순 판매보다 유지보수와 업그레이드까지 이어지는 '관계형 수출'이 새로운 표준이다. 저가 전략에 강한 중국보다 공정 안정성과 고객 대응 경험을 축적해 온 한국에 유리한 변화다. 수출 경쟁력은 점점 더 가격이 아니라 관계의 지속성과 역할의 분담에서 결정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전면적 대립이나 배제로만 볼 필요도 없다. 중국이 구축한 방대한 제조 인프라는 이미 세계 생산 체계의 일부가 되었고, 이를 끊어내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한국은 중국의 생산 역량을 선별적으로 활용하되, 부가가치의 핵심인 설계·기술·데이터·고객 접점은 국내에 유지하는 경쟁적 협력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중국의 제조 확대가 한국 수출의 위기가 아니라, 부가가치를 회수하는 또 하나의 경로가 되어야 한다.
공급망 역시 위험 분산형으로 재편해야 한다. 인도·아세안·멕시코 등을 잇는 중간 허브 전략을 강화해, 설계와 핵심 공정을 쥔 상태에서 파트너국과 생산을 공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국발 충격을 개별 산업이 아닌 공급망 전체가 흡수할 수 있는 완충지대를 구축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이 지켜야 할 수출 경쟁력은 단가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얼마나 편하고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냐, 한 번 선택되면 바꾸기 어렵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가 될 수 있는냐가 핵심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은 일시적 마찰이 아니라 중국이 장기간에 걸쳐 전략적으로 선택한 구조적 경로다.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도 단기 처방을 넘어 수출 구조의 근본적 재정의여야 한다. 우리의 경쟁력은 얼마나 싸게 파느냐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오래 신뢰받고 선택받느냐'에 달려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필자〉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KDI 국제정책대학원과 미국 UC 샌디에이고에서 수학 후, 건국대에서 무역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한국무역협회 입사 이래 통상연구실장, 동향분석실장 등을 역임했고,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워싱턴 지부장을 지내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무역·통상 전문가로 입지를 다졌다. 2025년부터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으로서 주요 통상 현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한국 무역의 미래 전략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