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수의 AI와 뉴비즈] 〈36〉SW 구독시대 종말오나…AI로 '맞춤형 SW' 만들어 쓴다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

지난 한 달 사이, 글로벌 소프트웨어(SW) 시장은 그야말로 '피의 달'을 보냈다. 세일즈포스, 어도비, 서비스나우 등 지난 10년간 구독 경제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공룡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며 무려 1조달러(약 1400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대재앙(Apocalypse)을 합성한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며 공포에 떨었다.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SW 구독 제국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번 폭락의 중심에는 앤트로픽(Anthropic)이 공개한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와 같은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중심에 있다.

과거의 AI가 채팅창 안에서 질문에 답이나 하던 '컨설턴트'였다면, 이제는 에이전트로 변신했다. 사용자의 데스크톱에 직접 침투해 파일을 열고 수정하며 업무 전체를 완결 짓는 '실행자(Executor)'이자 '디지털 노동자' 역할을 한다.

그 파괴력은 이미 산업 현장을 휩쓸고 있다. 앤트로픽이 공개한 '법률 특화 플러그인'은 AI가 기업의 협상 지침에 따라 수십 페이지의 계약서를 검토하고, 독소 조항을 찾아내 수정안까지 자동으로 제시한다. 비밀유지계약서(NDA) 분류부터 컴플라이언스 추적까지 법무팀의 핵심 업무가 순식간에 자동화된다.

회계 분야 역시 혁명적이다. 과거 인간 회계사가 시간적 제약으로 1%만 표본 추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 AI가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100% 전수 조사하며 부정과 오류를 잡아낸다.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근간도 흔들리고 있다. 구글이 공개한 '프로젝트 지니(Project Genie)'는 텍스트 명령 하나로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가상세계를 창조해낸다. 수천명의 개발자가 중력이나 물리 효과를 일일이 코딩하던 전통적인 개발 방식을 근본부터 뒤엎은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SaaS 기업들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AI 에이전트 하나가 수십명의 몫을 해내면서, 기업들이 굳이 수백개의 SW 계정을 구독할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용자 수에 비례해 돈을 받던 '시트당 과금(Seat-based Pricing)' 모델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톰슨 로이터나 렐렉스처럼 독점적 데이터를 무기로 군림하던 기업들은 이제 범용 AI가 로컬 데이터와 결합해 더 정교한 지식을 내놓으면서 그 권위를 잃고 있다. 이제 사용자는 복잡한 인터페이스(GUI)를 배울 필요가 없다. 내가 어떤 도구를 쓰는지조차 모른 채 결과물만 얻는 '투명한 SW'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결국 지금의 사태는 단순한 주가 조정이 아니라, 'SW 툴(Tool)을 구매하던 시대'에서 '지능(Intelligence)을 고용하는 시대'로의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구축 비용이 비싸 SW를 사서 썼지만, 이제는 AI 에이전트를 통해 필요한 맞춤형 툴을 즉석에서 순식간에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단순히 SW를 사용하는 수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AI 에이전트라는 디지털 군단을 거느리고 최적의 워크플로를 설계하는 '지능의 조율자'가 될 것인가. 변화의 파도 위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툴의 숙련자가 아닌, AI를 적극적으로 배워 통찰력을 가진 '전략적 지휘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