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노사 함께 뗀 첫발, 지금부터가 중요

삼성전자 노사가 27일 서명한 임금협약 최종합의는 우리나라 기업·노동 역사에 또한번 새로운 시작이 됐다. 95% 이상 조합원이 투표에 참가해 73.7%의 압도적 찬성을 던짐으로써, 이 합의가 삼성은 물론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무게를 가진 사안이었는지 확인시켰다.

글로벌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는 이 일을 계기로 자사 직원에 대한 이익 보상과 성과 공유에 대한 정량법을 확실히 배웠을 것이다. 더 이상 효율을 앞세운 강압이 글로벌 문법이 아님을 터득했을 터다.

삼성 노조 또한 불과 몇 년에 불과한 상대적으로 짧은 경험을 갖고 이번 큰 협상에 임했다. 떼쓰듯 덤비는 협상으로는 내부 동력도 사회적 동의도 얻을 수 없다는 큰 배움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노사 모두가 끝까지 대화로써 큰 화를 막을 것이 무엇보다 다행한 일이다.

이번 결실을 출발점으로 정부가 이른바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정책'에 대한 연구와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고 나선 것도 의미 있는 행보다. 삼성전자 노사 문제를 단일 합의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노동계에 만연한 대립과 반목의 확대재생산 구조를 풀어가는 시작점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더 들어가 삼성전자뿐 아니라 대한민국 기업 생태계 전체의 문제라 할 수 있는 원청·하청 간 이익 공유와 상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긴요하다. 어느 대기업이 내는 엄청난 수익은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의 안정적인 부품 공급과 자재 납품이 뒷받침됐기에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다.

정부가 나서 배분을 강제하거나 게임의 지배자가 되려 한다면, 오히려 더 큰 반발과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오히려 이번 노사 합의에서처럼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노사 주체 간 합의를 끌어낸 노력을 교훈 삼아야 한다.

정부는 대기업-중소기업간 거래 구조 합리화나 이익배분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안착할 수 있도록 중재자 또는 심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벌써부터 삼성전자 노사 협력이 다른 기업과 업종에 경영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하지만, 표출되지 않은 것을 미리 우려할 것까진 없다. 오히려 이번처럼 주식 보상 형식의 성과 지급이 앞으로 우리 기업 성과 보상의 새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키워 누리는 성과가 더 값지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의 최종합의가 우리 기업·노조 문화의 한단계 성숙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로 구성된 삼성전자 공동교섭단은 지난 22일부터 임금협약 노사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투표권자(6만 5593명) 가운데 95.5%인 6만 2616명이 참여해 4만 6142명이 찬성(73.7%)함으로써 가결됐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로 구성된 삼성전자 공동교섭단은 지난 22일부터 임금협약 노사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투표권자(6만 5593명) 가운데 95.5%인 6만 2616명이 참여해 4만 6142명이 찬성(73.7%)함으로써 가결됐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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