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韓 소부장과 협력 강화…“공급량 늘려달라”

마이크론 HBM4
마이크론 HBM4

미국 마이크론이 한국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에 손을 내밀었다. 현재 투자 중인 대만·싱가포르 공장(팹) 반도체 공정 라인 조성과 가동을 서두르기 위해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한국 소부장 물량을 크게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세미콘코리아 2026' 미콘코리아 행사를 목적으로 방한, 다수 한국 소부장 기업과 접촉했다. 마이크론 소속 고위관계자 10여명이 각기 다른 한국 소부장 협력사를 만났다.

주요 기업은 이미 마이크론과 거래를 텄다. 한미반도체, 씨엠티엑스, 펨트론, 이오테크닉스 등이 대표적이다. 한미반도체와 씨엠티엑스는 각각 장비와 부품으로 마이크론의 2025년 최우수 협력사로 선정된 회사다.

펨트론은 반도체 검사 장비로, 이오테크닉스는 웨이퍼 절단 장비 등으로 마이크론 공급망에 진입해 있다. 마이크론은 이들 외에도 공급망 강화를 위한 한국 기업을 추가로 발굴하고 협력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크론 행보는 한국 소부장과 협력해 생산능력을 키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방한한 마이크론 관계자가 주로 대만과 싱가포르 소속 구매 및 팹 운용·관리 담당인 이유다.

대만과 싱가포르는 마이크론이 메모리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신규 구축 중인 곳이다. 대만은 이미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 중으로 추가 생산능력 확보를 위해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HBM에 중점을 둔 패키징 공장을 올해 가동할 계획이다. 두 팹 모두 HBM을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공급의 전진 기지로 꼽힌다.

이곳을 빠르게 가동하려면 장비를 신속히 도입하고, 현재 운용 중인 라인에는 소재·부품 도입량을 늘려야 한다. 마이크론이 기존 협력사에 요청한 것도 대부분 장비 납기를 앞당기고 소재·부품 공급량을 확대해달라는 게 핵심이다.

씨엠티엑스 관계자는 “양사가 서로 네트워킹을 지속하는 차원의 만남”이라면서도 “마이크론 싱가포르 팹에 투입될 실리콘 부품 공급 확대·신규 부품 개발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이 한국을 주목하는 건 소부장 경쟁력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가 있는 만큼 한국 소부장 기업은 기술력과 공급 능력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자생력을 키우려는 만큼 마이크론 역할도 중요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견줘 부족한 생산능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소부장과 협력으로 이를 보완하려는 구상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맞물려 마이크론이 메모리 수요에 대응한 공급 능력을 대폭 키우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국 소부장과의 협력 저변이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