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학회 동계학술대회] 전파, '우주시대·자주국방' 핵심 자산…기술 자립화 머리 맞댄다

한국전자파학회는 26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2026년 한국전자파학회 동계종합학술대회' 개회식을 개최했다. 학회 구성원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전자파학회는 26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2026년 한국전자파학회 동계종합학술대회' 개회식을 개최했다. 학회 구성원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파 기술이 양자부터 우주, 위성, 인공지능(AI)을 아우르는 미래 첨단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 이동통신, 위성통신뿐 아니라 국가안보과 직결된 레이다, 첨단 무기체계 등 국방 분야까지 전자파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 국내 전파 기술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융합 생태계 확장을 논의하는 교류의 장이 열렸다.

한국전자파학회는 25일부터 28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에서 '2026년 동계종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양자를 보는 눈, 우주를 여는 문 : 전자파기술'을 주제로 미시 세계의 양자 기술부터 거시적 우주공간에서의 센싱과 교신까지 전파기술의 미래 비전이 공유됐다.

26일 열린 개회식에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영상 축사를 통해 전파기술을 국가 안보와 첨단 산업을 이끄는 '핵심 범용기술'로 정의하고 전폭적 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류 차관은 “전분야를 아우르는 전파기술의 확장성이야말로 AI·디지털 심화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가 주목하고 키워나가야 할 핵심 자산”이라며 “초공간 네트워크 역시 전파기술을 통해 완성되는 만큼 우리 기업이 뉴스페이스 시장 주역이 되도록 실증 지원과 핵심기술 자립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파를 이용한 정밀 의료기기나 자율주행 센서 등 신산업 성장의 걸림돌 해소를 위해 ICT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가동하고 바텀업 방식의 전파 규제 개선을 다짐했다. 김일동 방위사업청 차장과 류승하 육군본부 소장도 축사를 통해 전자파 기술이 현대전 승패를 좌우하는 국방력의 핵심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 K-방산의 생존 열쇠, '화합물 반도체'의 기술 자립

문병호 LIG넥스원 부사장이 26일 ICC제주에서 열린 전자파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K-방산의 지속 가능한 미래, 뿌리 기술의 자립'을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있다.
문병호 LIG넥스원 부사장이 26일 ICC제주에서 열린 전자파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K-방산의 지속 가능한 미래, 뿌리 기술의 자립'을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 핵심 주제는 자주국방 실현을 위한 전파 기술이다. 기조강연에서는 K-방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술 자립화 등 우주·국방 영역에서의 전략 추진 과제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문병호 LIG넥스원 부사장은 K-방산의 화려한 성과 이면에 가려진 화합물 반도체 핵심 소자 공급망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문 부사장은 “첨단무기의 고출력 소자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광물 전쟁로 인해 공급망이 끊기면 K-방산은 멈춰설 수 밖에 없다”면서 “국가 안보 인프라 차원에서 정부 주도의 화합물 반도체 전용 팹을 세워 해외 종속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공공팹 인프라를 깔아준다면 LIG는 앞장서 국산 반도체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뿌리 기술 자립을 통해 자주국방에 기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종승 한국항공대학교 석좌교수(전 국방과학연구소장) 역시 병자호란 홍이포 등 역사적 사례를 빗대면서 “미래 전장을 주도할 국방 우주 및 첨단 레이다 등 전파 기술 확보는 국가의 생존과 자주성을 지키는 필수조건”이라고 역설했다.

김선 한화시스템 부사장은 400㎞ 이하 초저궤도(VLEO)에서 운용되는 0.15m 고해상도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다(SAR) 위성 기술을 소개하며 방산 수출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SAR 위성은 전자파를 이용해 악천후에도 지상 관측이 가능해 국가안보·재난감시 핵심 기술로 꼽힌다.

◇ AI 팩토리·위성·모빌리티…산업 전반으로 융합 가속

26일 ICC제주에서 열린 한국전자파학회 동계종합학술대회 개회식
26일 ICC제주에서 열린 한국전자파학회 동계종합학술대회 개회식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전파AI, 조선·해양, 이동체 통신 RF 등 3개 분야 8건의 심도 있는 주제강연이 진행되며 전파기술의 확장성을 증명했다.

김기진 알에프닛시 대표는 저궤도 위성통신을 위한 RF 반도체 세션에서 “글로벌 K/Ka 대역 위성장비 시장은 지난해 31억 달러에서 2032년 87억 달러로 연평균 18.4% 성장할 것”이라며, 고출력·고효율 국산 RF 반도체 칩셋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제시했다.

AI와 전파의 결합 모델도 구체화됐다. 장영재 KAIST 교수는 반도체 및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수많은 로봇을 제어하는 '제조 물리 AI' 구축 실증 사례를 발표했다. 무인운반차(AGV), 자율이동로봇(AMR) 등 수천 대의 이기종 로봇을 통합 제어하는 전파기술을 통해 무인 팩토리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외에도 LG전자의 차량용 멀티 안테나 통합 동향, 인텔리안테크의 해양 위성 통신 발전 방향 등이 공유됐다. 아울러 '양자 효과부터 MIMO까지'를 주제로 열린 국제세션에서는 웨이 샤 저장대 교수 등이 참석해 최신 안테나 연구 동향을 발표하며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다졌다.

신기술 확산 이면에 자리한 전파 유해성 논란과 사회적 비용 문제에 대한 해법도 제시됐다. 최형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에서 불거지는 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자파 이해소통 중립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 1580명 참가…전파 분야 최대 기술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

이번 학술대회에는 산·학·연·관·군 전문가와 학생 등 1580명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통신, 우주·위성, 국방·공공 분야 응용, 반도체 패키징, 의료·생체 분야의 혁신기술을 다룬 742편의 논문이 투고됐다. 45개의 특별세션과 튜토리얼, 포스터 세션 등 폭넓은 학술 프로그램도 마련돼 학문적 이해도를 높이고 기술적 방향을 정립하는데 기여했다.

사업 네트워킹과 기술 교류를 위한 전시도 열렸다.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안리쓰, 비트센싱 등 주요 방산업체와 통신·계측장비 기업까지 30개사가 40개 부스를 마련했다. 학부생 논문경진대회와 부스 채용설명회 등 미래 전파인재 양성을 위한 기회의 장도 마련됐다.

박영철 한국전자파학회장은 “전자파학회는 누적 회원 수 1만3300명을 넘어서는 명실상부한 전파 분야 대표 학회로 성장했다”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양자, 우주 등 현대 과학기술이 지향하는 대표 영역에서 전파기술의 적용을 논의하고 미래 혁신을 주도하는 교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