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AGI 시대 생존을 위한 산업 DX 역량

박종원 한국기계연구원 DX전략연구단장
박종원 한국기계연구원 DX전략연구단장

범용인공지능(AGI)이라는 말이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미래학자들과 실리콘밸리 빅테크에서는 향후 5년 이내에 인간 지능을 초월하는 AGI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제조현장에선 이제 '다음 세대 운영체제'의 도입이 생존의 필요충분 조건이 됐다. 과거 디지털 전환(DX)이 설비에 센서를 달고 데이터를 모으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이 그 데이터를 읽고 판단해 공정을 바꾸는 단계로 넘어간다. AGI 시대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빨리, 얼마나 넓게 판단을 자동화하는지'로 갈린다.

한국기계연구원 DX전략연구단은 기계산업 DX를 '기술 도입'이 아니라 '역량 축적'으로 가늠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기업이 스스로 준비도를 점검할 수 있도록 DX 역량지표를 개발하고 보급 확산해왔다.

DX 역량 핵심은 다섯 가지다. △경영진의 비전과 투자 원칙 △데이터의 표준·품질·연계 △현장 문제를 푸는 AI·자동화 적용력 △조직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협업 문화 △설계-생산-품질-공급망을 잇는 프로세스 혁신으로, 이 중 하나라도 약하면 자율 제조는 '파일럿 데모'로 끝나기 쉽다.

경각심은 중국 사례에서 더 선명해진다. 샤오미 전기차 공장은 자동화율 91%, 차체 핵심 공정은 100% 자동화로 알려졌고, AI 기반 불량 검사를 1초 내 수행한다고 한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스마트공장을 추진해 2100여개 디지털 작업장과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다. 시범공장 생산효율을 34.8% 높였다는 발표도 나왔다.

이런 자율제조 다크팩토리 생태계 결과물이 가성비 괴물이라는 중국산 제품들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지역 조사에서 제조기업의 DX 추진 비중이 4곳 중 1곳 수준이라는 결과가 보고됐다. 스케일과 속도의 차이는 곧 원가·납기·품질 격차로 전환된다.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 '데이터부터'라는 추상적 구호 대신, 불량·정지·납기처럼 손익에 직결되는 한 가지 문제를 골라 3개월 내 개선 성과를 내는 '작은 승리'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제조 실행시스템(MES)·전사자원관리(ERP)·설비데이터를 연결하는 최소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표준과 책임(거버넌스)을 정해야 한다.

셋째, AI를 사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 엔지니어가 AI와 함께 문제를 푸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중소기업은 혼자 하기 어렵다. 공공 연구개발(R&D)·실증 플랫폼, 지역 제조혁신센터, 대·중소 협력 생태계를 통해 공동으로 학습하고 도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AGI 시대의 DX는 '자동화율 경쟁'만이 아니다. 설계 단계에서 생성형 AI로 지식검색·도면 검토를 단축하고, 생산에서는 디지털 트윈으로 조건을 시험한 뒤, 품질은 비전 AI로 전수검사를 상시화하며, 공급망은 시뮬레이션으로 리스크를 미리 줄이는 식의 '전 가치사슬 지능화'가 핵심이다.

오늘 한 줄의 데이터 표준, 한 번의 현장 교육, 한 건의 파일럿 성공이 내일의 수출 경쟁력을 만든다. 정부와 산업계도 역할이 있다. 현장 데이터가 쌓이는 테스트베드(표준 데이터셋, 보안이 검증된 클라우드·엣지 환경)를 넓히고, '한 번 도입 후 방치'가 아니라 성과가 나는 기업이 더 확산할 수 있도록 컨설팅·인력·금융을 묶은 패키지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기계산업은 한 번 격차가 벌어지면 설비·노하우·공급망까지 단 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 우리는 기술을 두려워할 시간이 없다. 경쟁자는 이미 실행 중이다. 바로 지금이 '따라가기'가 아니라 '다시 앞서기'의 골든타임이다.

박종원 한국기계연구원 DX전략연구단장 jwpark@kim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