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연구진, 근육에서 EPO 생성 기전 규명…빈혈·대사질환 치료 새 연구 제시

왼쪽부터 김동일 교수, 이준형 석·박사통합과정생, 박민정 교수.
왼쪽부터 김동일 교수, 이준형 석·박사통합과정생, 박민정 교수.

전남대학교는 박민정·김동일 수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근육에서 특정 단백질이 활성화될 경우 조혈 호르몬 에리트로포이에틴(EPO·Erythropoietin)가 생성될 수 있음을 규명해 빈혈과 대사질환 치료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준형 수의과대학 석·박사통합과정생이 제1저자로 수행했다.

'PHD-HIFα' 신호전달 경로는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연구로, 세포가 산소 부족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설명하는 핵심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동안 HIF1α와 HIF2α가 골격근에서 수행하는 기능은 적절한 동물 모델의 한계로 인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AAV(adeno-associated virus)를 활용한 유전자 조작 마우스 모델을 제작해 근육에서만 HIF1α 또는 HIF2α가 활성화되도록 설계하고, 두 단백질의 생리적 역할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 결과 HIF1α는 근육 내 산화성 근섬유 비율을 증가시키지만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와 운동 능력 감소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HIF2α는 비만과 포도당 대사 이상을 개선하는 등 대사적 측면에서 보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되는 발견은 근육에서 HIF2α가 활성화될 경우 근육 자체에서 조혈 호르몬 EPO가 생성될 수 있음을 입증한 점이다. 실제로 HIF2α가 과발현된 동물 모델에서는 헤마토크릿(Hct)이 95%에 육박할 정도의 강력한 조혈 반응이 나타났으며, 이 현상이 신장이나 간이 아닌 근육 유래 EPO에 의해 매개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EPO가 신장과 간에서만 생성된다는 기존 교과서적 개념을 확장하는 발견으로, 근육이 특정 조건에서 EPO를 생성하는 제3의 장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간과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새로운 빈혈 치료 전략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만성신질환 환자의 빈혈 치료에 사용되는 PHD 억제제가 전신적으로 HIF 신호를 활성화할 경우 근육 기능과 대사 조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보여주며, 해당 치료제 사용 시 보다 정밀한 접근이 필요함을 제기했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