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대학교는 박인규 의과대학 교수팀이 대장암 세포 내부에서 표적 항암제를 합성하도록 유도하는 독창적인 나노플랫폼 '하이브리드 메탈-오가닉 인터페이스(HMOI)'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대장암은 강력한 항산화 방어 기전을 구축하고 있어 기존 화학 항암제의 효과가 제한되는 대표적인 난치성 암으로 꼽힌다. 최근 철 의존적 세포 사멸 기전인 페로토시스가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기존 치료제는 낮은 생체 이용률과 전신 독성 문제로 임상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위치(in situ) 생체 직교 촉매 합성' 기반의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독성이 없는 두 가지 화학적 전구체를 나노입자에 담아 암세포로 전달한 뒤, 종양 미세환경의 산성도와 고농도 글루타치온(GSH)을 방아쇠로 삼아 암세포 내부에서 항암제를 직접 합성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인 HMOI 나노플랫폼은 표면의 히알루론산(HA) 코팅을 통해 대장암 세포를 정밀하게 표적한다. 암세포 내부에 들어가면 플랫폼 구조의 구리 이온(Cu²⁺)이 환원되며 촉매 반응을 유도하고, 비활성 전구체들을 강력한 페로토시스 유도제 SLZC96으로 즉각 조립한다. 이렇게 생성된 SLZC96은 암세포 내 산화 스트레스를 급격히 증가시켜 치명적인 세포 붕괴를 유도한다.
특히 이번 연구는 약물 전달 구조 자체가 면역 항암 효과를 동시에 유도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입자 골격 형성에 사용된 부티레이트(Butyrate)는 약물 합성 과정에서 방출되며 수지상세포의 성숙을 촉진하고 항종양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 대장암 마우스 모델 실험에서 이 나노플랫폼은 전신 독성 없이 종양 성장을 억제하고 뚜렷한 종양 퇴행을 유도하는 효과를 보였다.
박인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완성된 약물을 전달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암세포 내부에서 항암제를 직접 합성하도록 하는 새로운 정밀 의학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며 “유방암, 췌장암 등 다양한 난치성 고형암 치료는 물론 환자 맞춤형 정밀 의학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