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문서 인사이트]정비사업 전자서명동의서, 효율보다 '원칙' 이 우선

곽세병 레디포스트 대표
곽세병 레디포스트 대표

재개발과 재건축 같은 정비사업은 흔히 '시간과의 싸움' 이라고 불린다. 특히 토지등소유자에게 동의서를 걷는 과정이 힘들었는데, 종이 동의서에 지장을 찍거나 서명하고 주민등본·가족관계증명서 등의 주요 증빙서류까지 모두 제출해야 하니 동의서 수집 기간만 2~6개월이 소요된다. 이로 인한 물류, 인건비, 사업 지연에 따른 유무형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2025년 12월 시행)해 스마트폰 기반으로 동의서(전자문서)를 간편하고 안전하게 확인하는 '전자서명동의서'서비스가 도입됐다. 목동 14단지, 반포미도, 창신9구역, 대방역세권 등 다수의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전자서명동의서 방식을 도입하면서 2주만에 평균 60%의 동의서가 수집돼 빠르고 편리하며 비용절감 까지 된다는 것이 검증됐다. '전자서명동의서'는 법령 개정에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토교통부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실증사업으로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쳤다. 전자서명동의서비스는 단순 웹서비스라기 보다는 전자적 의사표시를 위한 인증, 전자문서 원본성, 유통 및 보관 과정 무결성 등이 결합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공인전자문서중계자(유통)와 공인전자문서센터(보관)를 활용해 전자문서의 법적 증빙요건과 보안성까지 모두 실증했고, 이를 통해 확립된 모델이 현재의 정비사업 '전자서명동의서'가 반드시 갖춰야 할 법적 가이드라인의 기준점이 되어, 서울시 등의 지자체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준용하고 있다.

이는 규제 샌드박스 진행 후 실제 법령이 변경돼 사회에 정착된 몇 안된 성공 사례이며, 전자문서가 정비사업분야에만 연 3.5조원의 비용절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흐름은 우려스럽다. 법령 개정으로 전자서명동의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자 일부 업체가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규제 샌드박스 실증 표준모델이었던 공인전자유통중계자 단계를 생략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시 시범사업에 선정된 업체들이나 샌드박스 실증을 진행한 업체들 중에서도 이러한 절차를 생략하고 있다. 이는 전자문서 유통과 본인인증에 대해 공인기관의 검증 절차가 없는 상태기에 향후 문제 발생 시 전자서명동의서비스업체들이 모두 책임져야 하지만, '조'(兆) 단위 정비사업을 감당할 수 없기에 향후 책임을 회피하거나 스스로 폐업하는 경우, 그 문제는 고스란히 정비사업 주체자(추진위, 조합)에 전가돼 막대한 피해와 본 서비스의 신뢰까지 추락하는 상황이 오게 될까 두려운 상황이다. 전자서명동의서비스는 재건축·재개발 분야의 디지털전환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전자서명동의서비스에 공인전자문서중계자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해 국민의 재산권 보호와 디지털전환을 촉진할 수 있도록 검증절차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적 근거가 확실치 않은 시스템은 추후 사업의 정당성을 뒤흔드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기에, 정비사업 주체인 조합과 사용자들 또한 업체 선정 시 이러한 보안 절차 및 체계, 그리고 공인전자문서서비스기관들과의 실시간 연동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곽세병 레디포스트 대표 ceo@ready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