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협동조합 임원의 연임 제한 규정 폐지를 둘러싸고 중소기업계와 노동조합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11일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 심사를 앞둔 가운데, 중소기업협동조합계는 '시대착오적 규제'라며 폐지를 요구하는 반면, 노조는 '협동조합 사유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전국조합연합회와 지역조합 등으로 구성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 추진위원회'는 10일 중소기업협동조합 임원의 연임 제한 규정 폐지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더불어민주당 정진욱 의원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건의서에는 중소기업중앙회 전체 정회원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전국 480개 협동조합이 서명에 참여했다.

추진위는 현행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52조와 제123조가 협동조합 이사장과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의 연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협동조합은 총회와 이사회, 감사 등을 통해 내부 견제 장치가 마련돼 있고 주무관청의 관리·감독도 이뤄지고 있는 만큼 연임 제한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이다.
또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 속에서 정부 정책과의 연계와 대기업과의 협력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의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른 민간 경제단체와 달리 중소기업협동조합에만 엄격한 연임 제한을 두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임경준 추진위원장은 “리더의 연임 여부는 법으로 획일적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선거를 통해 성과를 평가해 결정할 문제”라며 “잦은 리더십 교체는 중소기업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협동조합의 민주적 운영과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법안 심사 중단을 촉구했다.
노조는 협동조합이 자율적 조직이지만 현실적으로 장기 재임에 따른 권력 집중과 내부 견제 기능 약화 문제가 제기돼 왔다며, 연임 제한은 협동조합의 민주성과 건전한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 경제단체와의 단순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법률에 근거해 설립된 주요 경제단체 역시 회장의 임기를 3년으로 하고 연임을 1회로 제한하고 있으며, 협동조합형 조직인 농협·수협·신협 등도 일정한 임기 제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특히 중소기업중앙회가 감사원법과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유관단체'로 분류되는 만큼 지도부에 대한 제도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정 단체장의 장기 재임을 허용하는 것이 곧 중소기업 보호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개정안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았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중기부는 중앙회장 연임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