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는 사전에 위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사회와 제도에 신뢰와 안정성을 부여한다. 혁신은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규제와 갈등을 빚는다. 인공지능(AI), 글로벌 플랫폼, 블록체인,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새로운 기술은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낡고 강한 규제는 혁신이 가져올 혜택, 새로운 가능성을 억누를 수 있다. 기술 발달과 글로벌 경쟁 환경은 규제의 변화를 요구한다.
게임산업은 신기술을 접목하면서 혁신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AI, 온라인과 모바일 네트워크,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클라우드,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하고 있는 대표적인 콘텐츠산업이다. 혁신과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리고 규제에 대한 이슈도 첨예한 분야다.
2006년에 한국 게임산업에 큰 충격을 준 '바다이야기 사건'이 있었다. 2006년 기준 한국 게임산업은 매출액 7조 4489억원, 수출액 6억7000만달러 수준이었다. 2024년에 매출액 23조8515억원, 수출액 85억달러를 넘어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콘텐츠 총수출액 140억달러의 60%를 점유한다. 앞으로 그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이 매우 큰 분야이다.
AI는 게임의 창작과 제작, 운영과 유통뿐만 아니라 게임을 향유하는 방식도 바꾸게 될 것으로 본다. AI를 통해 스토리 구성, 게임 캐릭터 디자인, 번역이나 음성 생성 등 다양한 작업이 이루어지고 또 자동화될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게임을 새로운 형태로 만들고 출시될 것이다. 게임 서비스와 운영도 이용자의 행동과 패턴에 맞추면서 계속 진화하는 게임의 세계를 형성해 갈 수 있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양태의 게임이 등장할 수 있다. 새로운 게임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새롭게 형성되는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우리 게임산업을 어디에 위치 잡게 할 것인가이다. 글로벌 경쟁을 하는 한국 게임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다. 이에 따라 K게임산업을 키울 수도 있고, 그 성장을 막을 수도 있다. AI와 관련한 게임산업의 규제 이슈는 콘텐츠산업과도 연관된다. AI의 학습 데이터와 관련된 저작권 이슈, 플랫폼에 대한 규제와 내용 심의제도 등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우리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게임의 사행성에 대한 규제 이슈가 첨예하다. 사행성 규제로 대표적인 것이 경품 제한이다. 경품 규제는 게임이 도박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나, e스포츠를 포함한 게임의 각종 이벤트나 판촉과 같은 마케팅 방식을 제한하는 과도한 규제로 게임업계는 본다. 디지털 가상자산의 경우 경품 규제 및 사행성 이슈와 부딪히고 있다. 게임업계는 적극적인 이용자 유입과 자체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경품 규제의 개선을 바라고 있다. 다른 콘텐츠산업의 경우 경품이나 가상자산 규제는 없다.
게임에서의 사행성 이슈는 현행 게임 법·제도가 놀이로서의 게임과 사행성이 있는 게임(gamble: 도박)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혼재해 동일한 규제 체계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 사행성 규제가 한층 강화됐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놀이로서 경험을 소비하는 콘텐츠다. 콘텐츠로서 게임과 사행성 게임에 대한 규제와 제도를 분리해 별도 체계로 관리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AI 시대에 K게임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혁신과 규제의 정교한 설계가 요청된다.
조현래 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前 한국콘텐츠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