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트럼프' 美 대테러 수장 “이란전쟁 지지 못해” 사의…트럼프 “물러나 다행”

조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 사진=AP
조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 사진=AP

미국의 이란 공격 작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고위 당국자가 전쟁에 반대하며 사의를 밝혔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시작한 지 18일째인 17일(현지시간),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많은 고민 끝에 오늘부로 국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작전 '장대한 분노(Epic Fury)'를 개시한 이후 행정부 고위 인사가 전쟁을 이유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켄트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적인 지지자로 알려져 있어, 이번 사퇴는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도 전쟁을 둘러싼 균열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켄트 국장은 “양심상 이란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이란은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었고,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과 미국 내 친이스라엘 로비의 압박 속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집권 1기 당시 당신은 미국을 끝없는 전쟁에 끌어들이지 않으면서도 군사력을 결정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있었다”며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와 이슬람국가(ISIS) 격퇴를 사례로 들었다.

이어 “트럼프 2기 출범 초기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과 미국 언론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훼손하며 이란과의 전쟁을 부추기는 잘못된 캠페인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란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이며 지금 공격하면 신속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 역시 거짓이었다”며 “이는 미국을 비참한 이라크 전쟁으로 끌어들일 때 사용된 전술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켄트 국장은 개인적인 경험도 언급했다. 그는 “나는 이스라엘이 만든 전쟁 속에서 배우자를 잃었다”며 “다음 세대의 미국인들이 미국의 이익과 무관한 전쟁에서 싸우고 죽게 하는 것을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켄트 국장의 아내는 2019년 시리아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리가 이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대통령이 되돌아보길 바란다”며 조속한 종전 결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한 자리에서 “그의 성명을 읽고 나서야 그가 떠난 것이 다행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나는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안보 문제에서는 매우 취약하다고 봐왔다”고 말했다.

또 켄트 국장이 이란이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이란은 분명한 위협이었다”며 “우리는 이란이 위협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똑똑하거나 영리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