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 석유당국 관계자들이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이 올해 4월 말까지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80달러선을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사우디 측 관계자들이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급등 시나리오를 이같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8일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페르시아만 석유·가스 시설 피격 등이 이어지면서 유가는 약 50퍼센트 상승했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9일 한때 배럴당 119달러까지 올랐다가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브렌트유의 역대 최고가는 2008년 7월 기록한 배럴당 146.08달러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 매켄지 분석가들은 올해 안에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에 도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4월 2일까지 자국산 원유 공식 판매가격을 정해 발표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우디산 경질 원유는 홍해 항구를 통해 아시아 구매자들에게 배럴당 약 12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석유 재고 여유분이 바닥날 경우 다음 주에는 판매 가격이 138달러에서 140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또 4월 둘째 주까지 공급 차질이 해소되지 않고 호르무즈해협 봉쇄 상태가 지속되면 가격이 150달러로 오른 뒤 이후에는 165달러, 180달러로 주마다 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브렌트유 선물시장에서는 4월 중 배럴당 130달러, 140달러, 150달러를 예상하는 포지션이 가장 많지만 그보다 더 큰 폭의 상승에 베팅하는 거래도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전문가들도 전쟁이 3월 말 안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한 달 내 유가 150달러, 더 길게 보면 6월께 180달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나 유가 급등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단기적으로 유리해 보일 수는 있어도 실제로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유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를 불러 석유 수요 자체가 급감할 수 있어서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전쟁을 계기로 이익을 챙긴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사우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점유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유가가 완만하게 오르는 흐름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명선기자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