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AP “호르무즈 봉쇄 위기, AI가 실시간으로 공급망 대응 시나리오 짠다”

하겐 호이바흐(Hagen Heubach) SAP 공급망 관리 부문 최고마케팅책임자(CMO)
하겐 호이바흐(Hagen Heubach) SAP 공급망 관리 부문 최고마케팅책임자(CMO)

글로벌 공급망이 지정학적 긴장과 원자재 부족으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SAP가 인공지능(AI)을 통한 공급망 혁신 전략을 구체화했다.

하겐 호이바흐 SAP 공급망 관리 부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19일 서울 조선 팰리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는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해 AI가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글로벌 공급망은 중동 지역의 긴장 상태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 미·중 관세 갈등, 반도체 수급 불안정 등 복합 변수에 노출됐다.

호이바흐 CMO는 “외부 충격이 기업 업무에 상시적인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며 “공급망 전반의 가시성 확보와 능동적 대응이 기업의 최우선 생존 과제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SAP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설계, 물류, 생산, 구매, 설비 관리 등 공급망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AI 기반 '공급망 오케스트레이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AI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플라이휠' 구조를 통해 실시간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최적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호이바흐 CMO는 이와 관련해 AI 비서 '줄'과 자율형 AI 에이전트들이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복잡한 전략 수립까지 보조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한 생명과학 기업은 SAP의 진단을 통해 새로운 인슐린 펌프 제조 시나리오를 수립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로 중국산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자 AI가 공급망 전체를 들여다보며 1차부터 3차 협력사까지의 리스크를 즉각 파악했다. 이어 한국 등 대체 공급처 확보나 비용 부담 분산 등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최적의 대안을 제안했다. 줄과의 대화를 통해 물류 경로 변경이나 재고 이동 같은 복합적인 업무를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실행하도록 명령할 수 있어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호이바흐 CMO는 제조 기반 중심의 한국 산업에 AI 기반의 대응이 더욱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은 제조업 기반이 강력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은 아니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기술 확산에 따라 공급망 관리자가 수행하는 업무 패러다임도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특정 분야에 특화한 스페셜리스트의 역량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공급망 전체 영역을 조율하고 관리하는 '오케스트레이터'로서의 역량이 핵심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더라도 사람이 결과물을 최종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정은 필수”라며 “이 과정에서 축적한 피드백 데이터가 다시 AI를 학습시켜 시스템의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구조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스포칼립스'로 대변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미래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AI가 코딩을 대신하는 시대에도 ERP가 보유한 마스터 데이터와 벤더 정보 등 근간 데이터는 AI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핵심 기반으로 남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