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자리잡고 있다. 식당 주문, 금융 서비스, 병원 예약을 넘어, 정보 검색과 의사결정까지 AI가 개입하는 시대다. 더 이상 디지털을 사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동일하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아니라,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기회가 모두에게 공정하게 주어지고 있는가다. 디지털 격차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AI 기술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제는 '디지털 격차'가 'AI 격차'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디지털 포용을 넘어 AI 포용이 필요한 이유다.
금융산업공익재단과 추진해 온 디지털 소외계층 지원사업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3년간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누어 약 700회 교육을 운영하며 8500여 명 어르신과 디지털 취약계층을 만났다. 해남과 완도, 교통이 제한된 도서지역까지 직접 찾아간 교육 현장에서 확인한 사실은 분명했다.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의 문제라는 점이다. 이제 그 기회의 범위는 디지털을 넘어 AI까지 확장돼야 한다.
AI 포용은 선택이 아닌 사회적 책무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핵심 인프라다. 디지털 환경에서 배제된 개인은 정보 접근에서 소외되고, AI 환경에서 배제된 개인은 사회 구조 자체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AI 포용은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현장에서의 교육은 여전히 생활 중심으로 설계된다. 스마트폰 활용, 키오스크 사용과 같은 기초 디지털 교육에 더해, 이제는 음성 명령으로 정보를 찾고, AI 기반 서비스를 활용하는 경험까지 포함된다. 날씨를 묻고, 길을 찾고, 생활 정보를 얻는 단순한 활용이지만, 이는 기술 적응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AI 교육의 목적은 기술을 완벽히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없애고 '나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드는 데 있다.
특히 의미 있는 변화는 시니어 디지털 문해교육사의 양성이다. 전국 5개 권역에서 112명 시니어 강사가 배출, '배우는 사람'이 '가르치는 사람'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는 단순한 교육을 넘어, 지역사회에서 AI 역량이 자생적으로 확산되는 기반이 되고 있다. AI 포용은 외부에서 주입되는 정책이 아니라, 공동체 내부에서 확산되는 구조일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해진다.
![[ET단상]디지털 포용을 넘어, 이제는 AI 포용의 시대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3/25/news-p.v1.20260325.ad033df4f38b45a9bfb9235e338c2548_P1.jpg)
AI 시대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배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시니어 세대에게 AI는 '어려운 기술'을 넘어 '나와 무관한 영역'으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인식이 고착되는 순간, 기술 격차는 곧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지금의 과제는 명확하다. 디지털 포용의 경험을 기반으로, AI 포용으로 정책과 교육의 중심을 확장해야 한다. AI 포용사회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장 느린 사람의 속도에 맞추고, 가장 먼 곳까지 찾아가는 실행 속에서 완성된다. 지난 3년간의 현장은 이를 증명해 왔다. 교육의 성과는 숫자가 아니라 변화된 사람의 표정에서 확인된다. “이제는 나도 할 수 있다”는 한마디가 기술 정책의 가장 중요한 성과다.
앞으로 디지털 포용은 AI 포용으로 진화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이 누군가를 배제하는 경계가 아니라, 모두를 연결하는 기반이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반드시 함께 만들어가야 할 방향이다.
박승진 한국정보과학진흥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