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한 교수의 정보의료·디지털 사피엔스]트럼프-이란 전쟁과 에이전틱 AI, 게임 AI vs 협상 AI

“48시간 초토화 데드라인을 선언했던 트럼프는 이란과의 대화를 명분으로 5일간 공격 유예를 선언했다. 반면, 이란은 미국과 접촉 자체를 부인했다. 미-이란 군사 충돌에 호르무즈 해협, 에너지 인프라, 국제 유가, 중재국 외교 등이 모두 얽히며 충돌은 정보전, 시장전, 협상전으로 변해갔다. 트럼프-이란 사이의 말싸움만으로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가? 미·이란 충돌을 '인공지능(AI) 충돌' 관점에서 살펴보자. 알고리즘은 세상을 그 자체로 이해하지 않고 '계산' 가능한 문제'로 변환한다.

최근 유행하는 '에이전틱 AI'는 보통 '나 홀로 에이전트'에 불과하다. “나 홀로 수행하는” 판단, 실행 에이전트. 하지만 상대편이 있는 전쟁은 다르다. '나 홀로 AI' 다음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론' 에이전트고, 그 다음은 '협상이론' 에이전트다. 다음은 게임과 게임의 충돌, 협상과 협상의 충돌이 이어질 운명이다.

미·이란 충돌은 바로 이 두 가지 엔진이 동시에 충돌하는 소용돌이다. 게임 에이전트 각자는 합리적이지만, 두 합리성의 충돌로 비합리성이 폭발한다. 게임론이 완전한 승자와 완전한 패자를 도출하기 때문이다.

게임론은 '충돌 전략을 설계'하지만, 후퇴는 모른다. 협상론은 누가 옳은지는 묻지 않고, 누가 어떻게 물러설지를 탐색한다. 게임론이 실행전략을 찾는 '폴리시 엔진(policy engine)'이라면, 협상론은 파열된 관계의 '봉합 절차'를 찾아가는 '프로토콜 엔진(protocol engine)'이다. 제안의 순서를 정하고, 양보의 속도를 조절하고, 어떤 문구가 거부를 완화하고 어떤 문구가 감정과 체면을 지켜줄지 모색한다. 정답 없는 문제다.

전쟁의 진짜 무대는 '상황실'과 '협상실', 두 곳이다. 상황실은 '게임이론'이 지배한다. 위협, 억지, 보복, 비용, 시장, 동맹, 여론을 한 보상구조 안에 넣는다. 협상실은 '협상이론'이 지배한다. 체면, 명분, 감정, 자율성, 권리, 중재, 시간차, 공개와 비공개의 분리, 부분 합의의 순서와 절차의 수용가능성을 한 구조 안에서 고뇌한다.

둘은 점점 더 분리 개별화하는 한편 상호 결합·조율하며 진화할 운명이다. 게임 엔진만으로는 끝없는 억지-역억지의 충돌뿐이다. 협상 엔진만으로는 힘의 현실을 무시한 화려한 미사여구 합의문에 속고 배신당한다.

문제를 해결해 가는 '업그레이드된 문명'엔 둘 다 필요하다. 차가운 계산만큼이나 냉정하지만, 계산의 끝에서 후퇴 형식을 설계할 만큼 인간적으로 섬세해야 한다. 왜냐하면 정교하고 압도적인 모델은 충돌 상대를 '계산'으로 바라볼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있는 에이전틱 AI의 조화로운 생태계 구축은 난제다.

'업그레이드된 다음 문명'의 희망은 더 강한 미사일이나 더 빠른 연산 속도에 있지 않다. '전략의 언어'를 '협상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능력, 게임이론의 냉정한 구조를 협상이론의 인간적 출구로 해석해 내는 기술에 달렸다. '억지력'을 '출구'로, '위협'을 '협의문'으로, 승부를 '공존 가능한 거리 정하기'로 바꿔내는 기술 말이다.


최근 에이전틱 AI 도입 급증으로 '에이전트 스피어(Agent Sphere)' 구축 노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단순 알고리즘적 해결이 가능한 '나홀로 에이전트 생태계'로는 부족한, 상대가 있는 '게임이론'과 '협상이론' 에이전틱 AI들은 에이전트 충돌과 조화를 조율할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지성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juha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