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초·중·고 학교 현장에 디지털 기기 보급률은 크게 늘었지만, 인공지능(AI) 교육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정책은 기기 보급 등 인프라 구축에는 성과를 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 설계와 교육과정 편성이 미흡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발표한 '2025년 초·중등학교 디지털 전환 현황 및 AI 교육 인식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학생 1인당 디지털기기(노트북, 태블릿PC, 데스크톱PC) 보유 대수는 0.85대, 교사 1인당 디지털기기 보유 대수는 2.3대로 조사됐다. 학교급별 학생 1인당 디지털기기 보유 대수는 중학교 0.96대, 고등학교 0.88대, 특수학교 0.85대, 초등학교 0.75대 순이었다. 교사 1인당 디지털기기 보유 대수는 고등학교 2.26대, 중학교 2.11대, 특수학교 2.01대, 초등학교 2대로 조사됐다.
이처럼 디지털 기기 보급은 빠르게 확대됐지만, 정작 AI 교육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마대성 한국정보교육학회장(광주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은 “아무리 역량 있는 교사가 연수를 통해 AI 교육을 할 준비가 됐다고 해도, 학교 현장에 이를 펼칠 수 있는 '장(場)'이 없다”면서 “2022 개정 교육과정 내에 AI 관련 교육과정이 없어 시수 확보가 안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실제 AI 교육 강화를 위한 AI 교육 시수 증배를 고려하는 학교는 13.2%에 불과했다.
AI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는 시수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예산 부족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교육 운영 예산이 충분하다고 답한 학교는 14.0%에 그쳤고, 현장의 절반 이상(50.5%)은 여전히 예산 부족을 호소했다.

![[에듀플러스]“태블릿은 쌓였는데…AI 교육은 여전히 걸음마”](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3/27/news-p.v1.20260327.e3f70f04ea7b47a1a96c042d8c8c08de_P1.png)
일선 교사들이 느끼는 AI 교육과 관련한 체감 온도는 더 낮다. AI 도구를 수업에 활용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행정 절차의 문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올해부터 개인정보 동의 절차가 강화되면서 학교운영위원회 심사와 가정통신문 수합 등 절차가 행정 절차가 복잡해졌다”며 “학부모 동의서가 다 걷히지 않으면 새로운 AI 도구를 쓰고 싶어도 수업에 활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행정부담과 함께 학생들의 기초 역량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스마트폰 터치에는 능숙하지만 정작 컴퓨터 자판은 '독수리 타법'인 경우가 많다”면서 “기초적인 디지털 교육 시간도 부족한 상황에서 고차원적인 AI 융합 교육을 하라는 건 현장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전했다.
교육 당국은 시수 확보 대신 '융합'을 대안으로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기초 역량 교육조차 부재한 상황에서의 보여주기식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은 특정 교과의 시수 확대보다는 교과 간 경계를 넘는 '융합형 AI 교육'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모든 교과 수업에 AI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교육 효과를 강화하고, 동시에 AI 기술을 활용해 교사의 평가 부담을 줄이는 '디지털 기반 평가 혁신'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1학교 1선도교사' 배치 등 현장 지원 체계를 구축해 정책 체감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AI 교육 종합 계획은 이제 막 중장기 여정을 시작한 단계”라며 “현장에서 정책을 체감하지 못하는 부분은 선도교사 배치 등을 통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