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독일 프라운호퍼 FEP의 플라즈마 기술부문장 니콜라스 쉴러 박사는 연구 성과와 산업 경쟁력 사이 간극을 이렇게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확보했지만, 기술이 실제 산업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연결고리'의 취약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EP는 독일 드레스덴 소재 프라운호퍼 산하 연구소로, 전자빔과 플라즈마 기반 공정 기술을 활용한 소재·코팅·표면처리 분야 응용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산업 적용성이 높은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과 파일럿 생산을 병행하며, 기업과의 공동연구 및 기술사업화를 통해 실제 산업 현장에 기술 이전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쉴러 박사는 FEP가 기술 자체가 아닌 '사업화 패키지'에 집중함으로써 기술이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전 과정을 설계해 성공적인 기술사업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 결과나 소재, 부품만 넘기는 것으로는 시장 진입이 어렵다”라며 “기업이 실제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전체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를 기업에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파일럿 생산, 공정 최적화, 공급망 설계, 인력 교육, 비즈니스 모델 등을 포함해 기술이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전 과정을 함께 설계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구조는 결국 '마지막 10%'를 겨냥한다. 기술이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필요한 결정적 구간이다. 쉴러 박사는 “시장 진입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몫이지만, 우리는 그 과정이 가능하도록 모든 요소를 제공한다”라며 “비즈니스 모델과 공급망까지 포함한 전체 패키지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쉴러 박사는 한국의 연구와 산업 간 연결이 개별 프로젝트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를 지적하면서 기술의 실제 산업 확장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FEP를 비롯한 프라운호퍼 연구소 전체 모델 본질은 고객 중심 응용연구며, 연구 성공 기준 역시 논문이나 특허가 아니라 시장 성과”라며 “좋은 연구는 고객이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야 진짜 성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라운호퍼에서는 노벨상을 받을 수는 없지만, 고객이 만족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결국 핵심은 더 많은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닌, 더 많은 기술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