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부족하다” 장 신호에 뇌 회로 바뀐다…영양소 선택 원리 규명

필수 아미노산 결핍에 대한 장-뇌 축의 신경·호르몬 조절 메커니즘. (과기정통부 제공)
필수 아미노산 결핍에 대한 장-뇌 축의 신경·호르몬 조절 메커니즘. (과기정통부 제공)

몸속 장이 영양 결핍 상태를 감지하고, 뇌에 신호를 보내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장-뇌 간의 행동 조절 원리가 밝혀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마이크로바이옴-체-뇌 생리학 연구단 서성배 단장 연구팀이 서울대, 이화여대 공동 연구진과 몸속 단백질 부족 신호를 감지한 장이 뇌의 신경회로를 바꿔 필수 아미노산을 선택·우선적으로 섭취하게 만드는 장-뇌 축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장은 단순 소화기관을 넘어 장 분비 호르몬을 통해 전신 대사를 조절하는 '제2의 뇌'로 불린다. 그러나 장에서 만들어진 신호가 어떤 신경·호르몬 경로를 통해 뇌에 전달되고, 무엇을 먹을지 행동 선택으로 이어지는지 구체적 과정은 그동안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앞서 2021년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초파리가 단백질 결핍 상태가 되면 장에서 'CNMa'라는 펩타이드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단백질 음식을 선호하게 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장 유래 CNMa 신호가 뇌에서 필수 아미노산 섭취를 촉진하는 동시에 탄수화물(포도당) 섭취를 촉진하는 뉴런 활성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는 동물이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 전체 식사량을 늘리는 것이 아닌, 특정 영양소를 선택하고 다른 영양소는 배제하는 선택적 섭식 행동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연구진은 또 이러한 장-뇌 축 시스템이 초파리를 넘어 포유류(생쥐)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함을 확인했다.

특히 기존 단백질 결핍 반응 핵심 호르몬으로 알려진 간 유래 호르몬(FGF21)이 없는 상태에서도 동일한 행동 반응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해 기존 호르몬에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대안적 조절 시스템임을 증명했다. 향후 인간의 식이 장애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대폭 높였다.

서성배 단장은 “비만·식욕 조절 약물 대부분은 장 호르몬 신호를 활용하지만, 그동안 자연 분비 장 호르몬이 뇌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경로는 충분히 연구되지 못했다”며 “이번 연구는 장-뇌의 영양소 선택 원리를 밝힌 것으로, 향후 비만, 대사 질환, 식이 행동 장애 치료 연구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22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