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길어지고 있다. 회복 기미를 보이던 경제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정부가 반 박자 빠른 조치를 꺼냈지만 에너지 수급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환율과 코스피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민생 현장에서는 쓰레기봉투를 사재기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상황에서도 긴박함이 느껴진다. 사실상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상태다. 과거 '빠른 입법 속도'를 주문했던 상황보다도 더욱 급박해졌다. 진보 계열 내 화제가 됐던 유시민 작가의 ABC론은 한가한 논쟁으로 보일 정도다.

위기에 늦게 대처할수록 비용도 커진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현재 상황이 위기라고 인식했다면 빠르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정치권 일부의 모습에서는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방선거를 앞둔 탓도 있겠지만, 정치적 유불리에 매몰돼 이번 위기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분위기는 우려스럽다. 정부가 사실상 전시 상황의 대책을 논하고 있을 때 국회에서 나오는 국정조사와 특검, 그리고 정치적 이해관계 이슈는 강 건너 불구경 느낌이다.

연예인 유재석씨는 과거 '무한도전 차세대 리더를 뽑는 선택 2014 특집'에서 “진짜 위기는 그것이 위기인 줄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더 위험한 것은 위기인 걸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가장 위기는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모를 때 시작하고, 그 피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다가온다.


지금 위기를 바라보는 태도와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오늘날 정치인의 수준인 셈이다. ABC론의 가치·이익 분류보다 중요한 것은 국익이다. 이번 지방선거와 차기 전당대회에선 '위기임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인물'을 걸러내야 하는 이유다.

[ET톡]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