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신약 개발이 국내에서 성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원이 한정적인 바이오벤처가 AI 인프라를 활용하도록 파운데이션모델 등을 정부가 구축해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이 뜻을 모았다.

한국과학AI포럼은 31일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바이오 AI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바이오 AI-현실 격차, 어디에 존재하며 어떻게 메울 것인가'를 주제로 AI 기술 발전과 산업 적용의 간극을 극복할 전략을 논의했다.
행사에서 전문가들은 AI가 신약 후보물질 탐색을 도와 개발 비용과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완전히 새로운 구조의 물질을 도출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인실리코 메디슨이 기존 약물 구조를 AI가 활용해 28개 후보물질을 확보했지만, 신규 타깃에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는 “AI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조합하는 능력은 탁월하지만, 처음 접하는 질병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AI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신약 개발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대한민국이 AI 신약 개발 우위에 서기 위해선 체계적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연 KAIST 교수는 “최근 정부가 공고한 AI·바이오 융합 사업은 기초과학과 산업적 요소가 혼합된 측면이 있다”면서 “둘 다 달성하려는 것은 현실적으로 욕심”이라고 지적했다.
정남진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은 “정부는 신약 승인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 아니니, 전체 파운데이션모델을 구축해 기업이 항체 발굴에 활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면서 “AI 인프라를 중심으로 병원을 비롯한 생태계 참여를 유도하면 바이오 5대 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신약 개발 AI 모델의 객관적 평가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석차옥 서울대 화학과 교수(갤럭스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 모두 자신들이 개발한 AI 모델의 성능을 강조하지만, 실질적인 수준과 정확도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AI 모델 검증 체계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신약 개발 분야에서 공신력 있는 경진대회인 세계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CASP)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후원을 받고 있다.
이주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첨단바이오기술과장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보호무역주의가 부각된 지금이 인재와 산업 인프라를 연계한 바이오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라면서 “정부와 민간이 각각 주도할 부분을 고려해 후속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