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 착수…투기 의심 72만ha 먼저 본다

정부가 전국 농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전수조사를 벌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 달 2일 수도권 내 한 농지 너머로 아파트 단지 등 재개발 구역이 들어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전국 농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전수조사를 벌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 달 2일 수도권 내 한 농지 너머로 아파트 단지 등 재개발 구역이 들어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농지개혁 이후 77년 만에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시작된다. 당정은 투기 의심 지역을 먼저 들여다본 뒤 전체 농지로 조사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안을 마련하고 1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약 195만 헥타르(ha), 1447만 필지다. 농지 투기를 차단하고 실제 이용 현황을 반영한 데이터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동안은 일부 표본조사에 그쳐 전체 농지 실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올해는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 약 115만 헥타르를 대상으로 조사한다. 이 가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수도권 등 투기 우려가 큰 약 72만 헥타르를 우선 점검한다. 내년에는 1996년 이전 취득 농지 약 70만~80만 헥타르를 추가로 조사해 2년에 걸쳐 전수조사를 마무리한다.

조사 방식도 바뀐다. 행정정보와 항공사진, 드론, 인공지능(AI) 분석을 활용해 의심 농지를 선별한다. 8월부터는 현장 조사에 들어간다. 무단 휴경, 불법 전용, 불법 임대차 등 법 위반 여부를 집중 확인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수도권 전역 등 주요 지역은 별도 심층 조사군으로 묶어 점검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무단 휴경과 불법 임대차는 즉시 처분 명령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경미한 사안은 계도 조치를 병행한다.

임차인 보호 대책도 마련한다. 계약 없이 이뤄진 임대차는 일정 기간 계도를 거쳐 합법 임대차로 전환을 유도한다. 부당한 계약 해지에 대비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농지은행을 통한 대체 농지 제공도 검토한다.

정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농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농지대장이 존재하지만 실제 이용 현황과 불일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기반으로 농지 정책 전반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농지 제도 개편도 함께 검토한다. 상시 관리 시스템 구축과 농지보존부담금 정상화, 농지 총량제 도입 등이 논의 대상이다.

이번 조사에는 지방자치단체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중심으로 약 5000명이 투입된다. 기간제 인력으로 운영하며 사전 교육을 통해 조사 정확도를 보완할 계획이다. 올해 예산은 추경 588억원과 기존 사업비를 합쳐 약 600억원대다. 지방비를 포함하면 전체 사업비는 약 11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투기 목적 농지 보유와 불법 임대차를 바로잡는 동시에 정확한 농지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정상적으로 영농하는 농업인에게 불안이 없도록 조사 방식을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