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기조에 따라 정부가 저작권 분야에서도 규제와 진흥 기능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효율성을 앞세운 조직 개편 논의가 저작권 보호 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재정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산하 기관인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의 통합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 상담과 교육, 정책 연구, 분쟁조정 등 진흥과 조정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 저작권보호원은 불법 복제물 유통 차단, 디지털 포렌식 등 단속·규제 집행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저작권보호원은 지난 2016년 불법 콘텐츠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저작권위원회로부터 독립했다.
두 기관은 공공기관 기능 재정비 논의 과정에서 유사·중복 기능을 줄이기 위한 통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공공기관 통합을 위한 작업반을 구성했고, 각 문체부와 만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통합 논의는 재경부 주도로 속도를 내다 경제 여건 악화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다소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내부에서도 부처별 의견 수렴과 조율이 이어진다.
현장에서는 통합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이 감지된다. 두 기관은 각자 고유 역할이 존재하고, 각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분리했는데, 명확한 통합 효과에 대한 고려 없이 분야가 같다는 이유로 재결합하는 것은 오히려 정책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가장 큰 쟁점은 공정성이다. 분쟁조정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 단속 기능까지 맡게 될 경우 이해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조정 결과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집행 역량 약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저작권위원회는 창작자 권익강화와 지원, 저작권 등록 등 업무가 중심인 반면, 저작권보호원은 디지털 포렌식과 불법사이트 추적, 국제 공조 등 현장 중심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운영돼 왔다. 조직이 통합될 경우 인력 축소가 불가피하며, 불법 콘텐츠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확산 등 저작권 침해 양상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집행 기능을 분리·강화해온 기존 정책 방향과도 충돌할 수 있다. 노동조합 등 내부 구성원도 반발한다.
업계 관계자는 “저작권 보호는 콘텐츠 산업의 기반 인프라인 만큼 단순한 조직 효율성 논리로 접근하기보다 공정성과 전문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공공기관 전반을 대상으로 한 논의인 만큼 특정 사안에 대해 단정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