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최치호 KST 대표 “공공기술, 산업으로 끝까지 연결…챔피언 만들 것”

[데스크가만났습니다]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 대표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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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생태계는 '기술의 우수성'보다 '연결의 완성도'가 더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이 연결 구조가 성숙하지 못해 기술, 투자, 실증, 수요기업이 분절돼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지주(KST)가 이런 접점과 솔루션을 만드는 역할을 강화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연임에 성공한 최치호 KST 대표가 대한민국 딥테크 생태계의 약한 고리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기술·투자·시장 간 단절을 끊고, 공공기술을 산업 지배력으로 끌어올리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자임했다.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국가 전략기술 분야에서 딥테크 챔피언을 창출하고, KST를 기술·자본·산업을 잇는 플랫폼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담=김정희 전자신문 전국부 부장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연임의 가장 큰 의미는.

▲이번 연임은 기간의 연장이 아니라, 딥테크 혁신성장의 흐름에서 KST가 앞으로 국가 전략기술의 사업화에 중심축이 돼야 한다는 미션과 신뢰를 동시에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국가창업시대를 선언하고 AI, 바이오, 양자 같은 차세대 딥테크 스타트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는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임무가 더 강하게 부여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출연연 임무를 지원하면서 속도 패권 시대에 KST가 대한민국 딥테크 혁신 속도와 경로를 만드는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3년이 전환의 시기였다면, 앞으로 3년은 바로 이 부분을 더욱 보완해 혁신기술을 산업성장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을 높여 생태계를 안착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5기 경영 계획인 'GREAT KST 2030 이니셔티브'를 통해 출연연 대표 기술을 국가대표 기업으로 신속 전환하는 구조화된 틀로 시장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또 산업경쟁력을 직격하는 필수기업들을 창출해 나가고자 한다.

-지난 임기 대표적인 성과를 꼽는다면.

▲가장 역점을 둔 것은 KST의 정체성을 당초 설립 취지에 맞게 투자회사를 넘어 한국형 벤처스튜디오 모델인 기술사업화 종합 전문회사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미충족 수요가 큰 혁신 기술을 시장 질서로 바꾸는 실행구조를 민간과 함께 속도와 연결로 만들어 냈다. 50개 산·학·연 투자금융기관으로 딥테크 챔피언 창출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켜 지속 성과 창출 구조를 완결했다.

실질적인 투자·회수 기반도 확대했다. 430억원의 투자재원 확충, 3300억원의 후속투자와 134억원 회수를 통해 투자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대했다. KST 투자액의 10배 이상 후속 민간투자를 유치하고, 인수합병(M&A)과 30여개 기업의 해외 진출도 이뤄 공공기술 창업 시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보여 준 것도 의미가 있다. 특히 기획창업 모델로 창출된 기업이 범부처 '도전! K-스타트업' 2년 연속 대통령상(대상)을 수상했다. KST가 지향하는 벤처 스튜디오 모델 가능성을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방식으로 입증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성과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대한민국 혁신창업생태계 공로상, 과학기술부총리표창을 3년 연속 수상했다.

-우리나라 딥테크 투자·사업화 생태계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수많은 연구개발(R&D) 자금의 결과로 탄생한 혁신 창업기업이 사업화 문턱에서 멈춰버리는 게 대부분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닌 기술-사업화-투자-규제-시장 진입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역량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해 공공기술을 산업 지배력으로 끌고 가는 실행 체계가 부족함에 따라 챔피언으로 키워 낼 속도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특히 딥테크는 개발 기간이 길고 자본 투입 규모가 크며 실패 가능성도 높아 성장 자본구조도 달라져야 한다. 단기수익성 위주 현행 벤처자본은 딥테크 기업을 키워 내기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펀드 규모도 경쟁국 대비 과소하지만, 위험을 줄이려는 분산 지원으로 기업을 갈아타며 투자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딥테크 챔피언이 나오기 사실상 쉽지 않다. 또 딥테크 스타트업은 B2B 비즈니스모델이어서 기존 시장 질서를 형성하고 있는 대·중견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매우 중요한데, 기업자본이 전체 벤처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므로 인센티브 확대 등 자발적 참여를 촉진해 생태계 앵커로서 역할 확대를 통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한다. 결국 우리나라 딥테크의 과제는 '좋은 기술 보유국'에서 '산업 지배력 창출국'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데스크가만났습니다]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 대표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데스크가만났습니다]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 대표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연구 성과가 시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좋은 기술을 만들면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사업화된다'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공기술 사업화 핵심은 기술 이전을 넘어서 시장 적합성을 갖춘 사업화 설계라고 생각한다. 출연연의 임무중심형 전환도 결국은 연구 성과가 국민이 체감하는 산업적 가치로 이어져야 한다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 역시 2030년까지 출연연 주도로 국민이 체감하는 기술성과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연구 성과의 시장 연결을 더 이상 부수 과제가 아니라 핵심 과제로 본다는 의미다.

기술 완성도와 시장 적합성도 문제다. 많은 경우 공공기술은 개념 검증 단계에서 기업에 이전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이 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막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온전히 기업이 짊어져야 하는 구조다. 유럽 국가연구소와 같이 실증·파일럿 단계까지 연구기관이 기업과 함께 책임을 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기술이 시장으로 넘어가는 문턱을 낮출 수 있다.

공공연구기관의 창업하기 쉽지 않은 문화와 제도, 연구소 내부에 상주하며 함께 팀을 꾸리고 사업모델을 검증하며 자금을 연결해 주는 창업 전문가의 부재 또한 큰 숙제다. 결국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술을 기업으로 전환하는 구조가 약하기 때문에 우수 기술이 실험실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현행 기술이전중심조직(TLO)을 기획창업중심조직으로 발전적 전환을 해야 한다. KST가 벤처 스튜디오 모델을 강화하는 것도 바로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함이다.

-공공기술 사업화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 개선 과제는.

▲핵심은 공공기술 사업화를 R&D '사후 단계'가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설계되고 R&D에 포함해 수행하는 연구혁신(R&I)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출연연 평가와 연구자 인센티브 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창업 문화 활성화와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현재는 출연연 연구자가 창업하려면 이해충돌 규정, 특허 전용실시권이나 양도 불가 등 각종 제약이 많다. 연구원 창업이 공공기술 사업화라는 기관 임무 수행으로 자리매김하는 국면 전환이 절실하다. 실증과 스케일업 자금 확충도 중요하다. 공공기술 사업화는 죽음의 계곡이 더 길어 초기 R&D 이후 실증·인허가·양산 검증 단계에 대한 정책금융과 펀드가 확충돼야 한다. 공공기술 사업화 전문회사가 운용하는 전용 펀드가 필요한 이유다.

공공수요와 연계된 초기시장 창출도 집중해야 하며, 기업이 공공연구기관으로 자연스럽게 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기업이 내부 R&D보다는 외부 R&D를 수행하거나 외부 기술을 도입할 때 현재보다 더 강력한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일본의 이노베이션 세제처럼 기업이 쌓아둔 유보금이 외부 기술 도입과 생태계 활성화에 사용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KST가 민간 VC와 차별화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요인은.

▲KST는 공공기술을 이해하는 전문성과 시장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출연연의 우수한 혁신 시드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으면서, 민간 시장의 언어로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다. 또 단순 투자기관이 아니라 기술 발굴, 기획창업, 초기투자, 성장연계, 회수를 설계하고 공급망 해결, 국산화 등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필요한 기업을 창출하는 조직이다. 이런 구조로 민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공기술 초기 구간에서 민간 VC와 다른 방식의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민간 VC가 '될 만한 회사'를 찾는다면, KST는 그보다 한 발 앞서 '돼야 할 회사'를 만드는 기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선 이 차이가 더 크다. 민간 자본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구간은 국가 차원에서 보면 반드시 누군가 건너야 할 구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치 개척자와 정착민의 차이와도 같은데 시장이 형성된 뒤 들어가는 것과 시장이 생기기 전 길을 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며, 후자가 KST의 존재 이유라 생각한다.

-중점 추진할 전략은.

▲글로벌 밸류체인에 조임목 역할을 할 수 있는 딥테크 챔피언을 창출하는 일은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AI, 반도체, 바이오·헬스, 에너지·환경, 소부장 등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에서 출연연 대표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실제 기업 성장과 산업 파급으로 이어지도록 투자와 사업화를 결합하고자 한다. 또 초기 투자에서 성장까지 연속형 풀스택 투자 구조를 강화하고, 초기부터 대·중견기업과 공동 기획해 조기 인수까지 이어지는 산업동맹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KST 운용 방식을 플랫폼형으로 고도화해 출연연-대학-민간 VC-대기업-지자체-정책기관을 연결하는 허브가 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공공기술이 실제 창업, 성장, 글로벌 진출, 회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기관 경영은 물론 투자성장회수의 전주기에 걸쳐 AI 내비게이션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앞으로 KST를 어떤 기관으로 자리매김시키고 싶은지.

▲출연연의 대표 기술을 국가 대표기업으로 전환해 딥테크 챔피언 기업을 지속 창출하고, 산업과 국가 성장으로 연결하는 앵커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싶다. 배가 멀리 나가려면 닻을 내릴 곳이 있어야 한다. 기술사업화도 마찬가지다. 연구자에겐 믿고 창업을 설계하고 성장을 의지할 수 있는 기관이, 민간 자본에겐 함께 리스크를 공유할 수 있는 기관이, 대기업에겐 외부 혁신을 연결받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한데 KST가 말하는 앵커는 이런 의미도 담고 있다.기술은 이미 충분하다. 그러나 연구 성과가 산업 성과가 되지 못하면, 혁신은 미완성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구조와 속도, 그리고 끝까지 연결하는 집요함이다. 2030년 GREAT KST를 향해 대한민국 공공기술 사업화와 딥테크 혁신성장 중심축으로서 레가시를 만들어 가겠다.

[데스크가만났습니다]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 대표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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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호 KST 대표는…

최치호 대표는 2023년 3월부터 KST 대표를 맡아 공공기술 사업화와 딥테크 창업 생태계 구축을 이끌고 있다.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비상임 임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글로벌 R&D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현장을 잇는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 회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술사업단장 및 홍릉강소특구사업단장 등을 역임하며 기술이전·사업화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