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리스크가 항공유 시장을 직격하고 있다.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수출 제한에 나서는 등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항공유 가격은 4월 초 배럴당 238달러를 돌파했다. 전쟁 발생 전인 지난 2월 평균보다 약 160% 급등했다.
가격 상승과 더불어 공급 부족 사태도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과 태국 등이 석유제품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해당 국가에 항공유 수입을 의존해온 베트남이 직격탄을 맞았다. 베트남은 최근 일본, 필리핀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자국 공항에서 외국 항공사들의 급유를 제한했다. 비엣젯항공과 베트남항공은 4~5월 한국-베트남 일부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에서도 항공유 공급 차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호주도 이달부터 수급 불안이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항공유 핵심 공급망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정유 4사는 연간 약 8600만 배럴의 항공유를 세계에 수출했다. 이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항공유는 중질유의 중간 유분을 활용해 생산된다. 한국은 중질유 중심의 밸류체인을 토대로 세계 5위권의 정제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고도화 설비와 안정적인 해상 물류망,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품질 신뢰도까지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한국의 항공유 수출 경쟁력의 근원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항공유는 공항 급유 체계와 재고 운영, 선박 운송까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는 제품이다. 관광·물류·유통은 물론 군사 안보와도 직결돼 공급 안정성이 핵심인 제품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한국 항공유 생산과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항공·물류 체계 전반에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따른 국내 항공유 공급 차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원유 재고 감소로 인해 국내 항공유 공급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세계 곳곳에서 항공유 대란이 일어나면서 한국 항공유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상황”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항공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원유 수급 안정화, 정책 지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