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대전 대덕구 중리돌봄건강학교. 50여명의 할머니가 체조 강사를 따라 기구를 들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맞은 편에는 기억력 유지를 위한 퍼즐 교육이 진행됐다.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을 제공받는 '통합돌봄 서비스' 이용자다. 옆 방에는 어르신들이 함께 요리와 식사를 할 수 있는 공유 주방이, 다른 방에는 안마기기가 구비됐다. 거동 가능한 노인이 돌봄건강학교에 머물며 건강·정서 관리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운동을 마친 한 할머니는 “집에만 있으면 외로운데, 이곳에 와서 체력도 기르고 대화도 나눌 수 있어 자주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대아파트 상가 지하에 위치한 중리돌봄건강학교는 원래 PC방이었다. 예방 중심의 통합돌봄 시설이 필요하지만 예산 부족에 고민하던 대덕구청은 상가를 소유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문을 두드렸다. 오랜 협의 끝에 2023년 8월 전국 최초의 돌봄건강학교가 탄생했다.
현재 대덕구에는 다섯 곳의 돌봄건강학교가 있다. 이들 시설의 건강·운동 프로그램 등을 누적 8만2000여명이 이용했다. 이용자의 60% 가까이가 건강 개선과 우울감 해소를 경험했다.
옥지영 대덕구청 통합돌봄팀장은 “65~75세 어르신은 신체·정신 건강을 잘 관리하면 그 이후 시기 질병 중증화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시설 방문이 뜸한 경우에는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장애인돌봄건강학교가 문을 열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덕구청은 지난 2019년 통합돌봄 조례를 제정하고 2023년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 구민 22.6%가 노인이고 1인가구가 42.8%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존 분절·선별적 복지로는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덕구는 현재 요양·돌봄, 건강·의료, 주거·스마트, 민관협력 등 4개 분야에서 18개 서비스를 마련했다. 현재까지 총 1679명의 노인·장애인이 통합돌봄 서비스를 받았다.

대덕구는 대상자 상태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거동이 가능한 어르신은 돌봄건강학교로 안내해 건강 관리와 사회적 관계 형성을 돕는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장애인을 위해서는 방문의료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방문 진료·간호와 재활을 함께 제공하며 의료·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주거마저 위험한 고위험군을 위해서는 케어안심주택 '늘봄채'를 운영한다. 현재 11가구가 장기간 머물며 방문 진료·정서 관리 프로그램 등 의료·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다.
통합돌봄 사업은 지난달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전면 시행으로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숙제가 됐다. 대덕구청 모범 사례는 민관협력과 기관장의 지속적인 관심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대덕구는 지금까지 80여개 의료·요양 기관과 돌봄 협약을 맺고, 연 18회 협의회를 열고 있다. 빈틈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민간기관의 자금과 인프라를 활용해 고질적인 예산 부족을 극복할 수 있다.

옥 팀장은 “법이어서 어쩔 수 없이 통합돌봄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돌봄 '컨트롤타워'로서 구민에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음이어야 주민 역시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재만 보건복지부 통합돌봄지원관은 “대덕구 사례가 확산돼 모든 지역에서 높은 품질의 통합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길 바란다”면서 “복지부는 각 지자체에서 조사와 판정, 서비스 지원이 원활히 연계되는 시스템 확충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