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서 홍수 속 '다른 질문' 던진 책…'AI 휴먼 코드' 출간

활용법 대신 '기술과 인간의 관계' 묻는 AI 담론서
“AI 책 100권 읽어도 헷갈린다면, 이 책을 펼쳐라”

서점 인공지능(AI) 코너가 넘쳐난다. 'AI로 돈 버는 법', '챗GPT 200% 활용하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정석'…. 제목은 저마다 다르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AI를 어떻게 쓰고, 어떻게 앞서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짝이는 유행을 타고 활용서들이 서가를 채우는 동안, 정작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이 있다. AI는 지금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는 책이 나왔다. '디지털 포용 언론인 포럼'이 펴낸 'AI 휴먼 코드-배제의 시대, 테크의 온도를 묻다'(서교출판사)다.

이 책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가 아니라 'AI가 인간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기술의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냉정하게 직시하며, AI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되려 한다. 속도가 아닌 방향을, 효율이 아닌 존엄을, 배제가 아닌 포용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다.

책은 불편한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대기업 직원들이 월 300달러짜리 고성능 AI를 사용하는 동안 중소기업 직원들은 각자도생하는 현실, 같은 챗GPT를 써도 누군가는 '지식 노동의 가속 장치'로 활용하는 반면 누군가는 단순한 '대화 도구'로만 쓰는 현실이다. 기술의 효율성이 마치 중력처럼 사회를 배제의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메커니즘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진짜 위기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유의 마비다. AI가 내놓는 매끈한 답변에 기대어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는 순간 인간은 기술에 종속된다.”

책의 경고는 AI 활용서들이 쉽게 하지 않는 이야기다.

이 책은 여러 개념을 통해 AI 시대의 새로운 불평등 구조도 짚는다. 'AID 디바이드(AI+Digital Divide)'는 디지털 격차가 해소되기도 전에 AI 격차가 덮치며 생겨난 복합 불평등을 의미한다. 이에 대응하는 사회적 복원력으로 저자들은 '포용 탄력성(Inclusive Resilience)'을 제안한다. 또한 정보 과잉 시대의 핵심 역량으로 '메타 리터러시', 글로벌 AI 격차 해법으로 '지능의 공유지(AI 커먼즈)' 등을 제시하며 새로운 담론 틀을 제안한다.

AI 휴먼 코드-배제의 시대, 테크의 온도를 묻다
AI 휴먼 코드-배제의 시대, 테크의 온도를 묻다

총 13장으로 구성된 책은 기술의 정치성과 철학적 토대에서 출발해 노년층·장애인·금융 소외 등 배제의 현장을 살펴보고, 노동의 미래와 포용적 설계를 논의한다. 이어 스마트시티와 디지털 ESG, 글로벌 AI 격차 문제까지 시야를 넓힌다. 개인의 일상에서 국가 정책, 국제 협력까지 AI의 영향을 입체적으로 조망한 점이 특징이다.

이 책이 AI 출판 시장에서 눈에 띄는 이유는 저자들의 정체성에도 있다. 기존 AI 서적이 학자나 기술 전문가 중심이라면, 이 책은 청와대 출입기자와 해외 특파원, 논설위원, UX라이터, AI 리터러시 전문가 등 산업·금융·정치·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해 온 언론인 11명의 집단 작업이다.

이들은 2025년 초 “디지털과 AI가 향하는 방향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모여 1년여 동안 현장 취재와 전문가 통찰을 모았다. 이 덕분에 이 책은 이론서도, 단순한 활용서도 아닌 현장의 온기가 담긴 'AI 보고서'에 가깝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국가AI위원회 초대 부위원장)은 “인간이 AI에게 노동과 기능적 삶을 맡기고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며 “이 책이 그 화두를 던진다”고 평가했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장도 “저널리스트의 탄탄한 필력이 더해져 생각할 거리를 주면서도 읽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고 추천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