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갑고 냉정한 첨단기술을 다루지만 최종 목적지는 따뜻한 인류애로 향하는 글로벌 기술 종가입니다.”
박채규 디티앤씨그룹 회장이 그리는 디티앤씨그룹의 미래 모습이다. 지난 2000년 설립 후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며 국내 시험·인증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디티앤씨그룹. 그룹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분야 신기술을 대거 선보이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거대 인증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톱10 진입을 위한 밑그림도 그렸다. 박채규 회장으로부터 그룹이 개발·추진하는 미래 기술과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디티앤씨그룹 내 디지털 전환 작업 현황은.
△AI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 작업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일차적으로는 시험의 데이터 추출, 데이터의 보고서 입력, 시험 결과물 데이터를 근거로 한 판단·해석, 시험 제품에 따른 시험 프로토콜 작성, 결과물인 보고서 작성, 보고서 내용의 검수 등에 대한 업무를 AI 에이전트를 통해 자동화했다. 이를 통해 사람에 의한 에러를 0%로 낮추고 업무 생산성을 30~40%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차적으로는 바이오산업에서 축적된 DB를 기반으로 비임상 시험 결과로 임상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중개 연구와 임상 대상자 선정까지 디자인할 수 있는 AI 기반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다.
-상생 경영의 사례와 앞으로의 계획은.
△기업의 본질적 책무는 사회에 기여하고 함께 성장하는 데 있다. 2025년도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CRO 업계 최초로 슐런(Shulun) 종목 장애인 스포츠 선수단을 창단해 운영 중이다. 장애인 고용 확대, 청년 및 취약계층 배려, 유연근무제 확대, 정년 연장 및 계속 고용,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 노사 상생 등 전사적 노력을 인정받아 2025년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앞으로도 디티앤씨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고용노동 정책 참여, 사회공헌 활동, 산학협력 마일리지 제도 참여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책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또 사업장 사용 전력 저감, 인증 완료 제품의 재활용 등 ESG 경영 실천을 통해 상생 문화를 조성하고 확산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신기술 성능과 사이버보안에 대한 글로벌 시험·인증시장은 어떻게 보나.
△현재 IoT와 AI 등 신기술에 대한 성능시험 및 사이버보안 인증시장은 단순 기술을 넘어 '국가안보'와 '기업의 생존 전략'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IoT 시험 시장은 2025년 약 22억 달러에서 2026년 29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 중이며 연평균 성장률(CAGR)이 33%에 달한다. 이는 연결기기의 폭증과 더불어 기기 간 상호운용성과 보안 취약점 해결에 대한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국내에서는 올해 사이버보안 시장 규모가 4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며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보안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IoT, AI를 적용한 융복합 제품,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 실물 기기와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영역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보안인증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안인증'은 통신기기를 포함한 대다수의 제품에서 필수적인 요건이 되고 있다. 2025년 유럽의 사이버보안 규제 시행, 미국의 사이버 트러스트 마크 시행 검토 등 사례를 보면 향후 사이버보안 규제와 관련 제도 시행의 글로벌 확대가 예상된다.
-해외 지사의 설립 의미와 그동안의 성과는.
△디티앤씨그룹은 중국, 일본, 베트남에서 차례로 해외 지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지사인 디티앤씨차이나는 세계 최대 제조·배터리 시장인 중국 현지에서의 인증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처음 설립한 해외 지사다. 한국, 베트남 등으로 수출을 준비하는 기업을 위한 인증 대행 및 컨설팅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복잡한 중국 현지 규제와 표준에 대해 중국 내 시험·인증기관과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제조사의 신속 대응을 위한 현지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한다.
일본지사인 디씨제이는 까다로운 일본 기술 표준에 대응하고 고부가가치 기술 서비스를 위해 설립됐다. 기업의 제품 개발 단계부터 양산까지 전 과정에 걸친 소프트웨어 검증과 평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장·철도·항공 등 고신뢰성 산업 분야의 품질 확보를 위해 일본 주요 자동차 및 IT 제조사들과 협력관계를 확대 중이다.
베트남지사인 디티앤씨비나는 동남아의 최대 생산 거점인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외 기업들을 위한 현지 시험 인증 관문 역할을 위해 설립됐다. 2023년 베트남 정보통신부(MIC)로부터 세계 최초 5G 무선 분야 시험기관으로 지정됐으며 2025년에는 베트남 과학기술부로부터 최초의 SAR(전자파인체흡수율) 시험기관 공인을 취득하는 등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3개 해외 지사는 2025년에 최대 매출과 흑자를 달성해 그룹 내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AX시대에 디티앤씨그룹이 가질 수 있는 차별점과 경쟁력은 무엇인가.
△디티앤씨그룹은 'AI 기반의 업무 혁신'을 핵심 동력으로 삼아 전사적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비임상·임상 시험 수탁기관인 디티앤씨알오를 중심으로 가시적 성과도 나오고 있다.
모든 산업에서 AX가 급물살을 타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시험·인증과 바이오라는 특수한 영역에서 디티앤씨그룹이 가진 차별점은 AI를 '대체제'가 아닌 '성장엔진'으로 정의했다는 점에 있다. AI 기술이 쏟아질수록 역설적으로 '그 AI를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가장 중요해진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이나 AI를 탑재한 기기의 성능, 보안, 윤리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곳은 결국 디티앤씨와 같은 공인시험기관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그에 맞는 '새로운 시험 표준'을 정립하고 인증하는 역할은 AI가 스스로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디티앤씨는 AI시대의 '심판'이자 '가이드'로서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디티앤씨그룹은 AI에게 일을 맡기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에게 '시간'이라는 가장 값비싼 자원을 되돌려 주는 전략에 집중한다. 단순 반복적인 문서 작성, 데이터 정리, 보고서 작성, 품질 검토 단계를 AI 에이전트로 자동화해 비임상·임상 시험 후 보고서 작성 시간을 최대 40%까지 줄여준다. 이를 통해 고객사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을 시장에 출시하는 시점을 획기적으로 앞당겨 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제가 강조하는 '시간 제조기업'으로서의 실질적 경쟁력이다.

-디티앤씨그룹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디티앤씨그룹은 단순히 규모가 큰 기업을 넘어 '기술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고객의 시간을 창조하는 글로벌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첫 번째로, AI와 자동화 기술을 시험·인증 전 공정에 완벽히 이식해 신약이나 신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시간을 절반 이하로 단축하는 모습이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이윤을 넘어 '신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희망을 전달한다'는 소명 의식의 실현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국내 최초로 비임상과 임상을 아우르는 풀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이 분야 세계 시장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한국 토종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FDA 기준을 완벽히 충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SGS, BV와 같은 글로벌 거대 인증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톱10으로 진입할 것이다.
세 번째로, 동물실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인체 반응과 효과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 기술 표준, 즉 오가노이드(미니장기)와 인간화마우스 기술을 완성해 신약 개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할 것이다.
네 번째로, 기업의 성장은 반드시 사회적 가치와 연결돼야 한다. 디티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제2, 제3의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기술 발전이 소외된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실천하고 싶다. 임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고객의 이익을 보며, 사회가 혜택을 입는 '선순환 구조'의 완성을 말입니다.
-끝으로 경영 철학을 간단히 소개하면.
△기술은 인간을 보다 더 안전하게 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AI가 많은 부분에서 사람의 업무를 대체하는 AX 시대가 도래했지만 AI의 안전성과 윤리성을 검증하는 '사람의 신뢰'는 더욱 중요해졌다. 디티앤씨그룹은 AI 에이전트 등 최첨단 기술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이지만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가장 엄격한 '인간 전문가의 기준'으로 보증할 것이다.
신기술이 인류에게 축복이 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27년 전 4평 사무실에서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벤처 마인드 원칙은 개척자 정신과 동반자 정신이다. 혼자 앞서가는 기업이 아니라 우리가 닦아 놓은 기술 표준의 길을 나침반 삼아 국내 수많은 벤처·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함께 뻗어나갈 수 있는 통로가 되고자 한다.
윤대원 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