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책자금과 R&D 등 정부 지원사업 심사 과정에서 불법 브로커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동일 IP 점검 시스템과 AI 기반 사업계획서 유사·중복 점검 시스템을 전격 도입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노용석 제1차관 주재로 경찰청, 금융감독원, 정책금융기관 등이 참여하는 '제3자 부당개입 문제해결 TF' 5차 회의를 개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은 “제3자 부당개입은 정책 수요자의 절박함과 정보 비대칭을 악용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후 적발도 중요하지만 신청과 심사 단계에서 이상 징후를 확인해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심사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반 사업계획서 작성 지원 시스템과 부당개입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하고 평가위원 구성과 평가 절차도 개선해 심사체계를 강화하겠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제3자를 통하지 않아도 충분히 안내받고 정당하게 지원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갖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우선 제3자의 대리신청과 대리작성 등 부당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동일 IP 신청 여부를 점검하는 시스템을 확대 도입할 계획이다. 브로커가 여러 기업의 신청서를 한 장소에서 작성해 제출하는 경우 동일 IP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점에 착안한 조치다.
현재 중소기업 정책자금과 기술보증기금 일부 사업에서 활용 중인 해당 시스템을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역신용보증, R&D 사업 등으로 하반기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또 AI 기반 사업계획서 유사·중복 점검 시스템도 도입한다. 한 브로커가 여러 기업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경우 내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사업계획서 간 유사도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방식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일부 정책자금 사업에서는 사업계획서 유사도가 90% 이상일 경우 자동 알림을 통해 재검증을 실시하고 있으며, 창업지원사업에서는 유사도 50% 이상이면 표절 여부를 별도 심의하고 있다. 중기부는 이 같은 시스템을 AI 기반으로 고도화해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평가위원과 브로커 간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평가체계 개선도 추진된다. 외부 평가위원을 난수 추첨 방식으로 선정하고 연간 심사 참여 횟수를 제한하는 한편, 평가위원 수 확대와 1·2차 평가위원 차별화 등을 통해 특정 평가위원의 영향력 행사를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중기부는 불법 브로커 대응 방안으로 컨설팅 업체 등록제 도입 여부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등록제가 브로커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수단이 되기 어렵고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용순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원사업 신청은 기업이나 소상공인 본인이 직접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리작성 과정에서 착수금이나 수수료를 요구하는 기망 행위가 문제인 만큼 이를 부당행위로 보고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등록제 도입의 경우 검토는 했으나 실이익을 따져봤을때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해 추진하지 않기도 결정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불법 브로커 신고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신고포상금 제도의 첫 지급도 결정됐다. 중기부는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신고 3건에 대해 건당 최대 2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노 제1차관은 “불법브로커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신고 가운데수사의뢰가 이루어진 3건에 대하여 내부 심의를 거쳐 신고포상금 지급을 결정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신고포상금 지급은 불법브로커 신고가 더욱 활성화되고 부당개입 행위 근절로 이어지 는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 기관에서는 포상금 지급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지급되도록 하고, 신고접수 이후 사실관계 확인, 조치검토, 수사의뢰,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각별히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