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주요 산업분야 중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석유화학 구조개편인 것은 잘 안다. 더구나 연초 대산산업단지 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통합 운영과 생산설비 축소를 1호 프로젝트로 승인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기도 하다.
대산단지 생산설비 축소가 요즘 말이 많은 나프타분해시설(NCC)이다. 최근 연도 급격히 낮아진 공급원가나 내수부진까지 겹친 상황을 고려해 아예 설비를 줄임으로써 기업들의 숨통을 터주겠다는 것이 정부 구조개편의 골자였다.
하지만, 이 1호 개편안 승인 직후인 2월말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했고 상황은 돌변했다. 이제는 국민들이 나프타 수급을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전쟁으로 나프타 공급이 불안해진 것은 맞지만 국내 관련 기업 구조개편이 일반 소비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개편 대상에 오른 기업들 내부분위기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여수산업단지 내 LG화학과 GS칼텍스, 울산산업단지 내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대한유화가 사업재편안 정부 제출을 이런저런 이유들로 미루고 있는 것이다.
앞서 여수산업단지 내 여천NCC, DL케미칼,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은 최종 사업재편안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이들도 본사업 추진 보다는 대외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워낙 구조적인 한계 상황이라 개편 자체가 좌초되진 않겠지만, 상황 변동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편안 제출을 미루고 있는 여수산단, 울산산단 기업들의 주요 주주에는 미국 쉐브론, 중동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포함돼 있다. 중동 전쟁을 직접 치르고 있는 당사국들로서 한국 정부와 입장과 생각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
더구나 현재 미국과 이란간 종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후 향배는 아무도 모르고, 더 악화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런 상황에 산업재편도 중요하지만, 국민에게 주는 부담과 걱정은 되도록 키우지 않는 것이 좋다.
정책 주도 구조개편은 정부의 힘도 중요하지만 참여기업의 의지와 노력이 더 핵심이다. 기업들이 원가 압박이나 소비구조로 개편에 동의했다손 치더라도 추진 속도는 변할 수 있다. 정부도 전쟁 상황인 만큼, 조급함만으로 일을 그르쳐선 안된다.
이미 삽을 뜬 기업들이 있는 만큼, 형평성 상 누군하고 누군 안하고는 안된다. 이 구조개편이 성공하려면 상황 변화에 맞는 정부의 유연한 대응과 전략적인 긴호흡이 요구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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