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는 낸드 'HBF' 공정 시장 열렸다…샌디스크 공급망 구축 개시

고대역폭플래시(HBF) 배치 형태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
고대역폭플래시(HBF) 배치 형태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쌓아 성능과 용량을 대폭 키운 '고대역폭플래시(HBF)' 공정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HBF 기술을 선제적으로 공개한 샌디스크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망 구축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가 연이어 HBF 개발에 착수하면서 HBM에 견줄 제조 수요를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샌디스크는 HBM 시제품 생산 라인을 조성하기 위해 관련 소부장 협력사와 생태계 구축을 시작했다. 회사는 올 하반기 시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인데, 이를 위한 파일롯 라인 신설로 분석된다. 생산 라인 후보지로는 일본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소부장 업계 고위 관계자는 “샌디스크가 하반기 주요 설비 반입을 목표로 소부장 기업과 협업을 타진하고 있다”며 “일부 기업은 이미 구매주문(PO) 논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시생산 라인 구축을 완료하고 연말께 가동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상용화가 목표다.

HBF는 지난해 2월 샌디스크가 공개한 신개념 플래시 메모리다. 핵심 구조는 HBM과 유사하다.

AI 연산을 뒷받침하며 최근 급성장세를 달리는 HBM은 D램을 쌓아 속도(대역폭) 등 성능을 대폭 끌어올렸다. HBF는 D램 대신 낸드 플래시를 쌓아 올려 대역폭뿐만 아니라 용량을 키운 제품이다. HBM이 AI 학습을 위한 실시간 연산, 즉 속도에 초점을 맞춘 메모리라면 HBF는 용량을 극대화했다.

D램과 달리 전원을 공급하지 않아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비활성 특성으로, AI를 위한 새로운 저장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HBF 적층 구조(사진=샌디스크)
HBF 적층 구조(사진=샌디스크)

HBF 생산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하면서 공정을 위한 소부장 수요도 확대될 전망이다. 전례 없던 제품을 제조하기 위한 새로운 공정 시장이 개화한다는 의미다. 샌디스크 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HBF를 준비하는 만큼 시장 성장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샌디스크와 HBF 표준화 등 협업을 진행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독자적으로 시장 공략 채비를 갖추고 있다.

김정호 KAIST 교수는 지난 2월 HBF 기술 로드맵 발표회에서 2038년에는 HBF가 HBM 시장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HBF 공정은 기존 HBM 제조를 담당했던 소부장 생태계가 역량 우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HBM과 공정 유사성 때문이다. 낸드를 쌓은 후 서로 신호를 전달하는 데는 실리콘관통전극(TSV)이 쓰인다. 낸드 메모리를 접합하기 위한 접합 소재와 장비(본더) 역시 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지위를 유지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HBM 제조와 HBF 제조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만큼, 기존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었던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공정 생태계가 그대로 HBF 시장에도 옮겨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