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에 새로운 출입국 관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출발 3시간 30분 전에 도착한 승객마저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하는 등 유럽 공항 내 극심한 혼잡이 이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공항에서 영국 맨체스터행 이지젯 항공편을 기다리던 승객 중 100여명은 3시간 이상 발이 묶여 예약한 항공편에 탑승하지 못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일부터 유럽연합의 새로운 '유럽 진·출입 시스템'(ESS)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도입 첫 주말이기 때문에 지문 채취와 얼굴 인식 등 생체 정보를 등록하는 과정이 길어져 공항 심사대가 마비된 것이다.
현장에 있던 한 승객은 “우리는 11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7시 30분에 도착했으니 정말 일찍 온 셈인데도 타지 못했다”며 “우리 차례가 됐을 때는 비행기가 방금 출발한 상태였다. 비행기에 탑승한 사람은 약 30명뿐이었고, 100명이 공항에 남겨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승객은 “폭염 속에서 수 시간 동안 줄을 서야 했으며, 일부 승객은 구토를 하거나 실신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항공사 측의 미흡한 대응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공항에 제시간에 도착한 승객들은 비행기를 놓쳐 수백 파운드를 내고 다음 비행편을 예약하고 약 20시간을 기다리거나, 기차를 타고 다른 공항으로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보상금으로 불과 12.25파운드(약 2만 5000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젯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지연은 항공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공항 측의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영향을 받은 승객들에게 무료 항공권 변경 등 가능한 지원을 다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EES 도입과 관련해 “유럽 솅곈 지역 방문 시 생체 정보 등록으로 인해 평소보다 국경 통과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여행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시스템 초기 가동에 따른 행정적 미숙함과 공항과 항공사의 책임 회피가 맞물리면서 대규모 혼잡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